[인싸Eat]"만원짜리 시키면 2천원 손해" 배달이 무서워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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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음식·식료품 배달시장 급성장했지만
"고객 떨어져 나갈라" 손해 보고 배송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9.99달러짜리 샌드위치를 시키면 인건비, 기름값, 포장비 등 5달러의 배달비가 든다. 하지만 고객이 이탈할까봐 3달러만 받고 있다."

미국의 유명 빵집 파네라브레드는 요즘 '안하면 바보'라는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지만 영 못마땅합니다. 배달비의 일부를 부담하다 보니 매번 밑지는 장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업체는 6년 전 1억달러(약 1136억원)의 거금을 들여 배달 서비스를 구축했는데, 이후 3년간 적자에 허덕이다 2016년이 돼서야 간신히 적자를 면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네라브레드 같은 수많은 식당들과 슈퍼마켓이 배달 전쟁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네라처럼 체인이 아닌 소규모 식당들은 그럽허브나 우버이츠 같은 배달 업체들에게 25~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떼줘야 해, 이대로면 앞으로 배달이 늘어날수록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 심각한 건 슈퍼마켓들입니다. 식당들은 매장에서 먹는 손님에게서 15~19% 정도의 마진을 챙겨 배달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만, 슈퍼마켓은 오프라인 마진율도 1~3%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식료품 배송은 신선도 때문에 포장도 더 오래걸리고 냉장 시설, 냉장 트럭을 마련하는 등 더 많은 비용이 들어 적자 폭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배송 전쟁에서 식당과 슈퍼마켓, 이들은 현재까지 패배자로 분류되는 셈입니다.

미국 2위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는 지난 7일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하루 10% 폭락했습니다. 온라인 배달사업에 6억달러(약 682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는 것과, 순이익 추락 소식에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쏟아낸 것입니다. 업계 1위인 월마트도 2016년에만 33억달러(약 3조7500억원)를 들여 전자상거래업체를 인수, 온라인 배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올해 회계연도 전자상거래부문의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배달에 뛰어들고, 배달비마저 못 올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마존이 시작한 배달 전쟁이 소비자들을 점점 편한 걸 원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홀푸드라는 유기농 슈퍼마켓도 인수하며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선두주자가 하니 너도나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따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은 높은 배달비에 강한 심리적 저항감을 보입니다.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매출이 늘어도 이익은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답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인데 이는 대기업이나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온라인 주문 플랫폼 틸스터가 2000여개 음식배달 식당 고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는 음식 배달비로 5달러 이상을 낼 의사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컨설팅업체 캔제미니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비를 전부 부담하겠다고 밝힌 이들은 단 1%에 불과했습니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은 현재 250억달러(약 28조4000억원)에서 2022년 620억달러(약 70조4400억원)로, 온라인 식료품 판매는 2017년 170억달러(약 19억3000억원) 규모에서 2022년이면 860억달러(약 97조7000억원)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장은 커지지만 앞으로 이익을 독식하는 건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나 그럽허브 같은 배달업체들 일 것입니다. 수수료에 부담에 시달리고 고객이 이탈할까 무서워 배달비를 못 올리는 영세 업체들은 호황 속 불황에 고민만 점점 커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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