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 신분으로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3.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군인으로 최고 권부에 근접했던 전두환씨는 5·18 광주로 상징되는 폭압과 수시로 출몰한 탱크와 무장군인을 앞세워 대통령이 됐다. 1980년 9월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올림픽 등을 유치하며 해외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북한과의 대결외교 속에 우방국을 늘리고 최소한 북한에 밀착하는 국가들을 줄여야 했다. 전 대통령 주변 인사가 관심을 보인 지역이 아프리카였다. 1982년 8월 전두환 대통령의 케냐, 세네갈, 가봉, 나이지리아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은 대표적인 활동이었다. 우표를 수집하던 초등학생 시절 대통령 순방 때마다 기념우표가 쏟아져 즐거웠던 기억도 있다.
봉고 대통령, 익숙한 이름이다. 전두환 대통령이 37년 전 아프리카 순방 당시 만난 오마르 봉고 가봉 대통령(재임 1967~2009년)의 아들이다. 아들도 2차례 대선을 거치며 임기를 이어오고 있으나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아들 봉고 대통령이 2022년 임기를 마치면 그 딸 말리카 봉고가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어쩌면 가족들이 주장하듯 ‘알츠하이머’일 수 있는 전두환씨는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도 자신의 황금기와 아프리카 순방 추억에 사로잡혀 있을지 모른다. 한국에도 네 번이나 온 오마르 봉고 대통령은 74세로 작고할 때까지 42년간 대통령이었다. 무가베 대통령이 자의 반, 타의 반 권좌에서 물러났을 때 나이는 93세였다. 겨우 7년을 집권해 58세에 권력의 정상에서 내려온 전두환씨로서는 더욱 그럴 터.
하지만 독재자로 인해 얼마나 많은 서민이 눈물지었고 고통받았는지를 헤아려 본다면 어떨까. 지난해 2월 5·18특별조사위원회에서 이미 사실로 검증된 헬기 사격, 폭압적 진압을 통해 광주시민들이 흘린 피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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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를 고소한 조영대 신부가 “정말 잘못 했다고 한마디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전씨에게 “과거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으니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1989년 12월31일 국회 증언과 기자회견)는 말 이상을 듣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짐바브웨와 가봉에서는 반정부시위가 진행 중이고 수단, 우간다, 알제리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는 여전히 정정이 불안하다. 그 나라 국민들도 권력자들에게 사과를 받았다는 흔적은 찾기 힘들다. 세월에 휩쓸려간 노욕 권력자들의 기억상실증과 사과결핍증후군이 30여년 세월에 겹쳐진다.
배성민 국제부장 겸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