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스토리]마하티르, 文에 '현대차 포니' 부러워한 이유

머니투데이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성휘 기자 2019.03.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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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아세안서 유일 자국산 車생산 말레이시아, 韓과 전기차 협력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프로톤 자동차 'SAGA 1985'/사진=김성휘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프로톤 자동차 'SAGA 1985'/사진=김성휘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의 경제 개발이 자동차 ‘포니’를 생산하면서 시작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발언에는 포니와 현대자동차처럼 자국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려던 마하티르 총리의 꿈과 회한이 담겨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문 대통령과 앞서 '포니'에 대해 대화한 걸 공개했다. 이어 "한국에 비하면 우리는 조금 더 분발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하루뒤 14일 한-말레이시아 비즈니스포럼에서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유일의 자국산 자동차 생산국"이라며 "마하티르 총리께서 예전부터 자동차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진 결과"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자동차산업을 공통화두로 잡은 이유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국립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박물관 초입엔 시대별 변천을 보여주는 자동차 3대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그중 가운데는 말레이시아 자동차회사 프로톤의 첫 모델 '사가'(SAGA 1985)다. 말레이시아가 처음 자국서 생산한 것이다. 한국인에겐 낯설면서도 어딘지 낯익다. 초창기 현대차처럼 일본 미쓰비시와 제휴한 제품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1981년 첫 집권과 동시에 말레이시아를 산업국가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그는 제조업의 총체이자 전후방 파급효과가 막대한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1983년 프로톤이 설립된다. '프로톤'(PROTON)은 말레이어로 '국립 자동차 기업'의 약자라고 한다. 문 대통령도 이 스토리를 파악하고 연설문에 녹인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의 꿈은 원대했으나 프로톤의 모델들은 포니가 되지 못했다. 포니가 쏘나타 그랜저 등 스테디셀러로 이어지고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이 된 반면, 프로톤은 그 대열에 들어서지 못했다. 결국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되기에 이른다. 다만 말레이시아 자국시장에선 존재감이 여전하고 기술개방 등 다양한 활로도 모색하고 있다. 영국 등지에 수출도 한다.
【푸트라자야(말레이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푸트라자야 총리실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사전환담에 앞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2019.03.13.   photo1006@newsis.com【푸트라자야(말레이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푸트라자야 총리실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사전환담에 앞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2019.03.13. [email protected]
마하티르 총리는 2018년 다시 집권, 국가자동차정책을 추진 중이다. 프로톤을 세울 때와 같은 꿈을 버리지 않은 셈이다. 다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1980년대와 비교할 수 없게 달라졌다. 동력원은 석유에서 전기로, 다시 수소로 급속히 옮겨간다. IT를 접목하는 것을 넘어 자율주행이 가능한 AI차가 등장한다.


이런 전환기에 한-말레이시아가 협력을 모색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최근에는 ‘국가자동차정책’을 통해 전기차,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형 자동차산업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들었다"며 "양국 간 전기차 공동연구도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의 국가 자동차정책과 한국의 우수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신남방정책과 접목하겠다는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은, 198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우자는 데서 출발한 개념이다. 특히 배우고자 한 것이 제조업이다. 이런 역사와 가장 부합하는 협력 분야가 자동차다.

말레이시아 자동차업체 프로톤 엠블럼말레이시아 자동차업체 프로톤 엠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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