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동 거는 美 상원…"왕 노릇 하지마"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3.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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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예멘 내전 지원 중단 결의안 상원서 통과…14일에는 국경장벽 건설 중단하는 결의안 통과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 상원이 초당적인 움직임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이날 예맨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찬성 54대 반대 46표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의 의원 47명은 물론,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공화당의 의원 7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이후 하원으로 넘어가 투표에 부쳐진다. 상·하원을 거쳐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내에 미군의 예멘 내전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하원은 앞서 지난 2월에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한 바 있어 이번 결의안도 쉽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찬성표를 던진 크리스 머피 의원은 "(이 결의안은)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다"라면서 "(미국이) 더 이상 사우디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상원은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의 피살을 직접 지시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보고서를 받았고, 이에 사우디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사우디를 감싸자 결국 하원에 이어 상원도 행동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굳건한 사우디 지지 선언에 미국 의회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상원은 다음 날인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미국 국경장벽 건설을 견제하는 결의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자신의 국경장벽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자 지난 2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마련했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시 의회의 동의 없이 정부 각 부처에서 임의적으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국가비상사태가 취소돼 장벽 건설이 사실상 무산된다. 그동안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대통령 직권남용의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이 결의안도 공화당의 표를 받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결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마이크 리 공화당 의원은 "우리의 대통령이 왕처럼 군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의 입법 권한을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두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veto)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을 뒤집고 법안을 제정하려면 상·하원 각각에서 의원 정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표가 필요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첫 거부권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화당 의원들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발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최근 카슈끄지 사태와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바뀐 상황이다. WSJ는 "공화당 의원들이 (결의안 가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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