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시진핑, 서로 무역협상 타결 간절한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3.0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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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20 재선 캠페인 활용 위해 협상 타결 서둘러…시진핑의 핵심 전략 모두 무너질 위기 처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 무역협상 타결을 간전히 원하고 있다. 각자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선 무역분쟁을 끝내는 것만이 돌파구라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 캠페인을 위해 미국측 협상관료들에게 미중 무역협상을 빠르게 타결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 증시 흐름을 자신의 경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에 따라 증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 진전이 있을 땐 증시가 오르고, 지지부진할 때는 하락한다는 걸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백악관 보좌진들에게도 수시로 "증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회담의 실패 이후 이를 만회할 국제무대에서의 큰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역협상이 타결되고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 이것보다 재선 캠페인에 활용할 좋은 홍보수단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무역협상을 빨리 끝내야 농업, 제조업 지역민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포함해 각종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이 효과가 경제 지표에 반영돼 대중에 공개될 때까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서두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무역협상단을 만나 이달 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협상 타결 서명식을 가지는 것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시장에서도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증시가 크게 오를 것으로 관측한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이 불화없이 잘 타결되면 S&P500지수가 11%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대통령 만큼이나 승리가 절실할 상황이다. 시 주석은 1년전 종신 집권 체제를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처럼 재선 압박감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와 못지 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시 주석은 최근 경기침체 가속화로 여론과 당내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 20여년간 고공성장한 중국의 성장 신화를 지켜야만 한다. '공산당은 항상 최고의 결정을 내린다'는 이미지가 깨지는 것은 시 주석의 리더십에 굉장히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시 주석은 경제 부진의 책임을 탓할 곳이 별로 없다. 공산당에서만 국가 주석이 선출되니 트럼프 대통령처럼 전임 지도자에게 '나쁜 무역 협상'을 했다며 책임을 지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제시한 두가지 핵심 비전도 모두 무너질 위기에 처해, 미국에 하나를 양보하고 하나를 지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두가지 핵심 전략은 각종 첨단산업에서 자국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와 남은 건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는 인프라 프로젝트 '일대일로' 사업이다. 이미 미국이 제기한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등으로 '중국 제조 2025'의 명칭을 삭제하고 내용을 수정 중인 중국 입장에선 수백억달러를 투입한 일대일로 사업 마저 잃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FT는 "중국 정부는 미국만큼이나 정치적으로 묶여있는 상황"이라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경제 성장, 투자, 고용률 등 각종 지표에 얼마나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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