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광화문 세월호 천막 '아픔의 1700일'

머니투데이 조해람 인턴기자 2019.03.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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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부터 광화문 광장 자리...'기억공간'설치 위해 유가족 자진 철거 결정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이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6일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추모 기억공간'을 조성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천막을 자진 철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천막은 2014년 7월14일 광화문광장에 설치됐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3개 텐트로 시작한 농성장이었지만, 이후 서울시가 유가족의 건강을 염려해 천막 11개를 더 지원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14년 8월 태풍 나크리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를 제외하면 1700여일간 줄곧 자리를 지켰다.



분향소와 농성장으로 출발한 세월호 천막은 시간이 지나며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기억공간'이 됐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사진과 영상 등이 천막에 걸렸고, 문화제·기도회 등의 행사가 여러 차례 열렸다. 한 종교단체의 자원봉사로 '천막 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2월5일 세월호 설 합동 차례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도 많았다. 보수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들이 2014년 8월31일부터 약 일주일간 단식투쟁중인 유가족 앞에서 치킨·피자 등을 주문해 먹은 '폭식 집회'가 대표적이다. 극우단체 집회 참가자들의 욕설과 공격도 여러 번 당했다.



한편 1700여일간 풍파를 겪어 온 천막이 철거된 자리엔 천막 7개 크기에 달하는 기억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예은아빠' 유경근 전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난 2월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지켜온 공간"이라며 "시민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들러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기 생각을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억공간의 상설화 여부를 놓고는 세월호 유족과 서울시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이 2020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앞두고 철거돼야 하는 '임시시설'이라는 입장인 반면, 유가족은 기억공간 상설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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