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3만 달러 시대와 은행산업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03.0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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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작년에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5천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긴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 뿐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도 위기를 몇 번 겪었지만 발전을 거듭해 왔다. IMF 외환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1999년 말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448조원이었는데 2018년 말에는 1572조원으로 약 3.5배 성장하였다. 국내은행 총 자산도 1999년 말 800조원에서 2018년 9월 말 2928조원으로 약 3.7배 성장하였다.



특히 외환위기 이전 국내은행은 경제발전 전략에 따라 수동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역할에 그쳤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선진 제도 도입으로 상업은행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국내은행이 진정한 선진은행으로 거듭나려면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2018년에 13.8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07년 15조원 이후 최고의 성과다. ROE는 7.1%로 높아졌지만 글로벌 은행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높은 수익을 올리면 여론이 안 좋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이전 은행 돈 구경하기 어려웠던 시절 은행들의 행태,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은행산업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등이 이유일 수 있다.



국내은행이 내수위주여서 수출역군인 기업들에 비해 평가가 박한 점도 있다. 특히 작년처럼 집값이 폭등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을 때 늘어난 가계대출로 호황을 누린 은행들이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은행의 대출심사나 리스크관리 등이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은행들은 그저 앉아서 쉽게 이자놀이나 하며 돈을 버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은행 수익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여론의 불만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은행도 기업이니 이익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는 접어두더라도 은행이 이익을 좀 내야 자본을 더 확보하여 대출을 늘리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금융중개를 활발히 할 수 있다. 또 늘어난 자본은 예기치 못한 부실 등 위험에 대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은행이 부실해지면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지므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은행들도 왜 우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안되냐고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개선하고 실력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선진은행으로 거듭나며 여론도 개선할 수 있다. 먼저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고 진심으로 소비자보호 강화에 힘써야 한다. 담보대출 의존도를 줄이고 대출심사 능력을 제고하여 사업성 평가로 혁신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 해외진출도 강화하고 디지털금융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또 작년의 경우 이자이익 비중이 무려 88%나 되는데 이자이익 비중이 너무 높으면 경기변동에 취약하여 안정적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비이자이익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규제로 이익을 내는 부분도 있는 만큼 사회적 기여도 강화하자. 이런 노력이 지속되어야 은행도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지금 은행들도 체질개선을 통해 선진 은행다운 면모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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