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우면서 돈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A씨는 아내가 육아휴직을 하는 1년 반 동안 갈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걸 느꼈다. 특히 육아휴직이 1년이 지나고 육아휴직 급여가 없어지고 나서부터는 더 심하게 느꼈다. 공립학교 교사(공무원)의 육아휴직기간은 최장 3년이지만, 육아휴직 급여는 민간 기업과 동일하게 1년만 지급된다.
육아휴직급여는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처음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가 지급되는데, 상한은 150만원, 하한은 70만원이다. 나머지 9개월은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까지 지급되는데, 올해부터 50%(상한 120만원, 하한 70만원)로 인상된다.
A씨도 교사 아내의 육아휴직급여가 나오는 1년 동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약간 저축도 했지만, 육아휴직급여가 끊기고 나서부터는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요즘 A씨는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고 있다.
외벌이로 아기를 키우면 저축은 꿈도 못 꾼다는 사실을 실감한 A씨는 교사 아내가 복직하면 다시 저축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여태 감기 한 번 안 앓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서부터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아기들이 잔병치레를 많이 한다더니 근거 없는 말이 아니었다. A씨 아기는 체온이 38도가 넘어가 해열제를 먹인 적도 여러 번이다. 결국 지난 2개월 동안 소아과에 간 횟수가 이전 18개월 동안 간 횟수보다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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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생후 20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계속 보내야 할지 그만 둬야 할지 고민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면 교사 아내가 복직하지 말아야 하고 그러면 가계수지 제로 상태(수입=지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자니 아이가 자주 아플까 염려된다.
육아휴직기간이 1년뿐인 일반 직장인 가정에서 보면 A씨는 배부른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래도 A씨는 고민이다. 좋은 육아와 저축 사이에서 말이다. 이 둘은 동시에 잡을 수 없는 토끼인가. 육아휴직기간이 남들보다 길다고 해서 이 고민이 쉽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
늦게 결혼을 해서 40대에 첫 아이를 가진 A씨는 둘째도 욕심이 있었지만, 요즘은 생각보다 힘든 육아 때문에 망설이는 중이다. 하루 종일 아이를 보느라 지친 아내를 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게다가 경제적인 측면까지 생각하면 둘째는 언감생심인 것 같은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A씨의 아이가 태어난 2017년에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35만7800명이다. 지난해에는 32만6900명으로 줄었다. 2009년 대비 약 12만명이나 감소한 숫자다. 최근에는 감소 속도가 더 빨라져서 지난해 우리 나라 합계 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0.98명을 기록했다.
결국 A씨 아내는 복직하기로 했다. 둘째 계획은 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째를 낳기로 마음 먹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 질 게 뻔하다. 지난해 출산율 0.98를 보면, 아이 둘을 낳는 건 이미 우리 시대의 새로운 ‘미션 임파서블’이 됐다.
올해 정부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목표를 상향하고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이 늘어나도 바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0명대로 떨어진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이제 정말 보육을 공공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