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2호…한전 전력데이터 민간 활용 가능해진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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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 개최…나머지 3건은 관계부처 유권해석 등 통해 허가

'규제 샌드박스' 2호…한전 전력데이터 민간 활용 가능해진다


정부가 '전력데이터 공유센터'와 '수동휠체어 전동보조키트'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추가로 승인해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 (20,600원 ▼1,200 -5.50%)공사의 전력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신산업이 창출될 수 있게 됐다.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도 시장 출시가 가능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고 한국전력 등 기업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안건 5건을 심의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박스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유망 산업·기술이 신속하게 시장에 나올 수 있게 규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제품·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하는 실증특례와 일시적으로 출시를 허용하는 임시허가로 구분된다.

이번 회의는 지난 11일 첫 회의 이후 약 2주 만에 개최됐다. 당시 심의회는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 발표 첫날 접수된 총 10건의 규제특례 중 4건에 대해 허용 결정을 내렸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충전소 입지 실증특례', 마크로젠의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실증특례' 등이 대표적이다.



두번째 회의에서는 나머지 안건 중 5개를 심의했다. 그 결과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구축', '수동휠체어 전동보조키트' 등 2건에 실증특례를 부여하기로 했다. 3건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를 활용해 정식허가를 부여하거나 유권해석을 통한 사업 진행을 허용하는 등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심의회는 먼저 한국전력이 신청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구축'에 실증특례를 부여했다. 한전은 전력데이터를 민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공유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한 뒤, 신청을 받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에 대한 기준이나 관리 규정이 없었다. 또 개인이 아닌 단체나 법인의 정보를 개방·활용·보호하는 법적 근거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전력데이터 활용이 제약됐다.


이번 실증특례 부여로 한전은 전력데이터를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하는 기업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신산업 모델도 등장할 전망이다. 다만 심의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전문가를 통해 비식별조치를 검증하고, 한전의 승인 하에 최종 분석결과를 반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정보 활용 공간은 공유센터로 한정하도록 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실증서비스 개념도/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공사의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실증서비스 개념도/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알에스케어서비스가 신청한 '수동휠체어 전동보조키트'에 대해서는 2년 간 실증특례 부여 결정이 내려졌다. 이 제품은 수동 휠체어 앞부분에 전동킥보드의 앞부분처럼 생긴 전동보조장치를 장착하는 제품으로, 수동 휠체어를 전동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장애인의 이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현재 의료기기로 허가받을 수 있는 인증기준이 없어 시장 출시가 불가능했다.

심의회는 일단 2년 간 실증특례를 허용하고, 이 기간 동안 인증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품허가를 위한 품목분류를 신설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시험기준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준이 마련되면 정식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심의회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허용한 2건 외에 △중앙집중식 산소발생 시스템 △에너지 마켓 플레이스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화장품에 대해서도 상품 판매와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엔에프는 '중앙집중식 산소발생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순도 93%의 산소를 의약품으로 임시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은 산소통에 담긴 순도 99% 이상의 산소만을 의약품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요양급여(수가)를 지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의 결과 규제 샌드박스 적용 대신 식약처가 이 제품에 '의약품-의료기기 복합인증'을 통해 정식허가를 부여하기록 했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서 발생하는 산소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정식허가를 부여할 방침이다.

박건수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통해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것 뿐 아니라, 법령의 적극적인 적용을 통해 기업의 규제애로를 해결해 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한전이 신청한 '에너지 마켓 플레이스' 임시허가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의 유권해석을 통해 사업 진행을 허용했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는 에너지 관련 기업이 다양한 에너지 상품을 홍보·판매하고, 고객들이 등록된 상품을 검색·구매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현행 법에선 한전의 목적사업이 전력자원의 개발, 송·배전, 연구 등으로 제한돼 통신판매중개업 가능 여부가 모호했다.

심의회는 정랩코스메틱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화장품에 대해선 현재도 규제가 없어 판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기업은 당초 화장품 내의 호기성 미생물 한도를 1000개/g(ml) 이하로 제한하는 현행 안전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보고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하지만 시험성적서 내용을 평가한 결과 현재도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산업부는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한 달 만에 53건의 신청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1·2차 심의회를 통해 처리한 9건 외에 나머지 안건들은 전문가의 법적·기술적 검토, 관계부처 협의, 전문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심의회에서 허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규제 샌드박스는 기술과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규제혁신을 통한 혁신성장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며 "현재는 신청기업만 실증특례나 임시허가의 혜택을 누리지만, 신속한 제도개선을 통해 모든 기업들이 동일한 규제혁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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