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기아車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상 늦춰달라'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9.02.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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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25일·기아차 26일 카드사에 관련 공문 발송…비씨 제외 카드사 일제히 반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신용카드사에 3월부터 시작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상분 적용시기를 늦춰달라고 공식 통보했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해지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의 갈등이 결국 현실화된 셈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는 25일 모든 카드사들에게 인상된 가맹점 수수료율 적용시기를 최소 한 달 간 연기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적용시기가 미뤄지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아차 역시 이날 같은 내용의 공문을 카드사들에게 전달했다. 대형가맹점이 올해 수수료율 인상을 두고 계약해지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매출이 500억원을 넘는 이들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3년마다 재산정하는 수수료 적격비용(원가)에 카드사의 마진을 더해 결정된다.

카드사는 수수료 인상시 적용 한 달 전에 미리 통보하며 가맹점이 이의를 제기하면 협상을 통해 최종 인상분을 결정한다.

카드사들은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인상분이 적용시기 이후 결정되면 그 사이 발생한 수수료 격차는 소급적용을 통해 환급된다.


그런 만큼 협상을 지속할 수는 있어도 인상시기 자체를 늦출 수는 없다는 방침이다. 다만 비씨카드의 경우 인상 시기를 약 2주 정도 늦춰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인상시기를 늦출 경우 대형가맹점에 대한 특혜로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

여전법 18조3항은 대형 가맹점이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상되기 전 카드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의 갈등은 이전부터 예견돼 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발표된 가맹점 수수료 개편방안을 통해 우대 수수료율 범위를 연매출 30억원까지 늘리고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했다.

대신 연매출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인상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카드사로서는 반발에 따른 갈등양상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예정에 없던 언론 브리핑을 통해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시 여전법상 처벌도 가능하다"고 경고장을 보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통보처럼 아예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경우 처벌 자체가 불가능해 실효성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는 대형가맹점과의 인상 협상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주부터 카드사들에게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인상 협상 과정을 매주 보고 받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대형가맹점들이 제시한 수수료율이 부당한 수준인지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이유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협상 내용을 파악할 뿐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까지 전혀 없다"며 "카드사가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대형가맹점이 이를 수용하도록 당국 차원의 제대로 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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