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이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린 수도권에서 맞붙었다. '판 뒤집기'를 노리는 오세훈 후보가 수도권 중도보수 표심에 호소한 가운데 황교안 후보는 '압도적 지지'를, 김진태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강조했다. 오 후보 연설 때 김 후보 지지자들의 소란이 잠시 있었지만 전체 연설회는 비교적 차분히 마무리됐다.
한국당은 22일 경기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이날 연설회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5000명이 넘는 책임당원과 지지자가 참석했다. 한국당은 충청·호남권에서 첫 합동연설회를 연 데 이어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를 열었고 이날 수도권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력 주자 황 후보에 맞서 '반전'을 노리는 오 후보는 중도보수세가 강한 수도권 유권자를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오 후보는 서울에서 국회의원(강남 을)과 재선 시장을 지냈다.
오 후보는 "이번 전대 기간 내내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말만 골라 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 '탄핵을 인정하자', '도로 친박당, 탄핵총리로는 총선 필패다', '5.18 망언도 사과하자', 그리고 '더 이상 오른쪽은 안된다. 중도로 가야한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어 오 후보는 "TK(대구경북)에서도 PK(부산경남)에서도, 야유와 삿대질 속에서도 표 의식하지 않고, 죽을 각오로 외쳤다"며 "국민 이기는 선거 없다. 반성 없이 탄핵부정하고, 우리를 따르라고 하면 국민은 또다시 분노하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받는 황 후보는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황 후보는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압도적으로 밀어달라. 그래야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황 후보는 화살을 현 정부로 돌리며 '대통합'을 강조했다. 황 후보는 "승리의 필수 조건은 대통합"이라며 "한국당의 깃발 아래 자유우파를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5·18(망언 논란)이 당 지지율을 떨어뜨린게 아니다"며 태극기 세력 등 '집토끼 공략'에 나섰다. 김 후보는 "오히려 우리당 지지도가 반등한 결과도 있고,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히려 떨어진 것도 나온다"며 "문 대통령이 이번 5·18 사건으로 아무런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게 데이터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합동연설회 후 기자들과 만난 후보들은 당선 기대감을 밝혔다. 오 후보는 "민심이 당심에 결국 영향을 미치는데 항상 시차가 존재해서 아쉽다"며 "빛의 속도로 여론이 전파가 되는 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제 지지층은 투표율도 높을 것으로 보고 판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합동연설회 동안 야유와 욕설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 후보 지지자들은 이날 오 후보 연설 때 결국 참지 못하고 야유와 욕설을 또 한번 쏟아냈다. 김 후보 지지자들은 김병준 비대위원장 연설 때와 오 후보의 연설 초반까지도 조용하게 응원전을 펼쳤다. 그러나 오 후보의 연설 도중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는 표현이 나오는 순간 원색적인 욕설과 함께 "물러가라. 내려와라"고 외치며 장내를 소란하게 만들었다.
네 차례의 합동연설회 중 앞에 두 번은 속칭 태극기부대의 욕설과 야유로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5·18 망언 등으로 김 후보를 당 윤리위에 회부한 김 비대위원장이나 개혁보수를 강조하는 오 후보가 무대에 등장할 때 욕설을 퍼붓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 번째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에서부터는 소란을 잠재우려는 당의 노력이 작용했다. 현장 좌석을 구분하고 당원들의 자제를 요청해 소란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한국당은 책임당원과 일반 당원을 대상으로 23∼24일 온라인투표와 현장투표를 진행한다. 25∼26일에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전당대회 당일인 27일 대의원 현장투표 결과 등을 합산해 당 대표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