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시장이 현실을 깨달았다"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2.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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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암울한 경기지표에 뉴욕증시 하락…"경기지표 악화, 앞으로 주가에 부담될 수도"

"오늘 아침, 시장이 현실을 깨달았다"


경기지표가 쏟아졌다. 모조리 나쁜 소식이었다.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놀라울 일도 아니다. 올 상반기 경기둔화는 이미 예상됐던 바다. 단지 시장이 '미중 무역전쟁 종전' 기대감에 취해있었을 뿐.

밴티지포인트의 웨인 비커 수석투자관리자는 "투자자들이 오늘 아침 경기지표들에 밀려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고 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8거래일만에 상승 행진을 멈췄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03.81포인트(0.40%) 떨어진 2만5850.6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캐터필러와 듀폰, 골드만삭스가 1% 넘게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82포인트(0.35%) 내린 2774.88을 기록했다. 에너지주와 의료주들이 하락을 주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9.36포인트(0.39%) 하락한 7459.71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도 모두 약세였다.

비관적 경기지표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해 12월 내구재 주문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시장의 예상치인 1.4%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특히 상업용 항공기와 자동차를 제외한 내구재 주문은 0.1% 증가하는 데 머문 것으로 집계됐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2월 제조업 지표도 2016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월 경기선행지수는 111.3으로 0.1% 하락하며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1월 주택 매매는 3년2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기존 주택 수는 494만채로 2015년 11월 이후 가장 적었다.

유럽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2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49.2로, 2013년 5월 이후 약 6년만에 최악이었다. PMI가 50 이하라는 것은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델텍인터내셔널그룹의 휴고 로저스 수석투자전략가는 "경기지표가 계속 나빠지면서 앞으로 2∼3분기 동안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때가 되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보다 더 극적인 뭔가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도 경기둔화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미중 양국은 현재 기술이전 강요 및 사이버절도, 지적재산권, 서비스, 농업, 환율, 비관세장벽 등 6개의 안건에 대한 MOU(양해각서) 초안을 작성 중이다.

그러나 무역협상 타결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미 주가엔 상당부분 반영된 터다. 더 이상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운 셈이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너헌 수석시장전략가는 "그동안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에 지나치게 많은 무게를 둬왔지만, 사실 무역협상에선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큰 뉴스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젠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협상이 아닌 다른 이슈를 재료 삼아 거래를 하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그 재료(경기지표)가 별로 즐거운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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