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겠다" 대한항공…주주 마음 잡을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2.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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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개선 가능성 높아"vs"3월 주총 대비 미봉책?"

대한항공 '737-900ER' 항공기/사진=대한항공대한항공 '737-900ER'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오너일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는 대한항공 (20,950원 ▼100 -0.48%)이 재무구조 개선, 주주친화 정책 등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빚에 발목이 잡혀있는 대한항공이 재무개선을 이뤄내 투자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20일 대한항공은 전일 대비 950원(2.71%) 오른 3만6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한 때 3만6600원까지 올랐지만, 등락을 거듭한 끝에 3만60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26만3371주를 사들였다. 기관은 1만440주를 샀지만, 개인은 27만4795주를 팔았다.



사흘 연속 하락세를 띄던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지는 못했다. 전일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전일 외형 성장과 재무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오는 2023년까지 매출액 16조원, 영업이익 1조7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해 말 기준 699%에 달하는 부채비율은 2023년까지 395%로 낮추고, 차입금은 11조원으로 축소해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중장기적으로 A+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도 담았다.



주주친화 정책도 제시했다. 이사회 내부의 위원회 설치, 내부 회계관리제도 재구축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속적 이익창출로 안정적 배당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실행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한진그룹이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 전반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분위기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대한항공의 낮은 배당 성향을 감안할 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기준 대한항공의 배당성향은 3.1%, 배당수익률은 0.7%에 불과하다. 한국 평균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이 각각 20%, 2%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올해 수익성 개선 가능성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한 운임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공급하고 높은 운임을 제시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했다"며 "결과적으로 현재 경쟁 심화에 따라 모든 항송사의 운임이 하락하는 구간에서 유일하게 운임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 델타항공과 태형양 노선 조인트벤처를 본격화했다. 박소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이에따라 미주 노선의 프리미엄클래스 탑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프리미엄플래스 승객 당 단가가 이코노미의 2~4배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미주 노선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부채 수준은 대한항공 주가 상승을 붙잡아왔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0년 대형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부채 비율이 크게 상승, 지난 2016년 말에는 1000% 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되고,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 대한항공은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서 A-였던 신용등급이 2016년 12월 'BBB+'로 하락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채비율 395%를 달성하면 금융비용을 1300억원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연간 5000억원 이상의 이자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항공기 차입금 축소,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재무구조 개선 여력을 감안할 때 상당부분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부채 비율은 꾸준히 감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연구원은 "2016년 이후 꾸준히 부채 비율은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실제 CAPEX(자본적 지출) 수준을 감소하고 있어 오늘해 1조원을 하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연구원 역시 "올해부터 도입 기존이 소형기로 전환돼 항공기 투자 부담이 감소할 예정"이라며 "현재 수준의 영업현금창출능력이 유지되면 자체 현금창출을 통한 재무부담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3월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미봉책을 제시한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도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부문 유지, 항공기종 간소화나 항공우주 IPO 언급 없던 점은 KCGI 제안과 차이가 있고, 서비스 품질, 직원만족 제고에 대한 대책도 부족하다"며 "외형성장이나 비주력 사업 포기 없이 재무구조 개선의 현실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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