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된 노량진 수산시장/사진=안재용 기자
반면 바로 옆 현대화시장로 향하는 통로에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퇴근 후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왼쪽(현대화시장)과 오른쪽(구시장) 중 왼쪽길로 방향을 잡았다. 경기가 어려워 예전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상인들이 많았지만 횟감으로 쓰이는 생선 판매장에는 손님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신(新)시장에 입주한 상인들은 고래싸움에 낀 새우 처지가 됐다. 좁아진 매장 등 불편함을 감내하고 터전을 옮겼지만 갈등이 지속되면서 손님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사진=안재용 기자
신시장에서 냉동수산을 판매하는 상인 A씨는 "구시장에 주차를 못하게 된 이후로는 손님들이 새 시장으로 많이 오게됐다. 어서 남은 문제가 해결되서 손님들이 한 곳으로 오게 됐으면 좋겠다"며 "단골매장이 있는 손님들은 구시장으로 가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쪽으로 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B씨도 "처음에는 공실도 많고 손님도 나뉘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정착이 됐지"라며 "막상 장사를 해보면 그렇게 좁지는 않다. 구시장에 있는 사람들도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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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정상화 촉구 현수막/사진=안재용 기자
수협은 도구 교체 등을 통해 냄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문자를 위한 환경을 갖추기 위해 냉난방 시설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환기문제도 있지만 나무가판, 스티로폼 상자처럼 냄새가 밴 도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원인"이라며 "수산시장이 안정화된 후 도구를 일괄 새것으로 교체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 수산 관계자는 "구시장과는 다르게 벽을 만들어서 냄새가 난다는 상인들도 많지만 방문객들을 위해서는 냉난방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량진수산은 수협중앙회 산하 기업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사진=안재용 기자
협상이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한 구 시장 상인은 대뜸 팔을 내밀었다. 무엇인가에 긁혀 연고를 바른 손이었다.
구 시장 상인 D씨는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부수러 온다. 무슨 공실관리라고 해가지고 우리 짐을 치우고 가판대를 부순다"며 "나는 긁힌 수준이지만 더 심하게 다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수협 입장은 달랐다. 대법원까지 간 명도소송과 4차례의 집행을 거부한 데 따른 불가피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폭력 피해자는 수협 직원들이 더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구시장 상인들이 대법원 판결조차 따르지 않고 있다"며 "상인들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불법적으로 넓히면 해당 구역에 대해 따로 명소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다른 공간을 점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공실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노량진 수산시장/사진=안재용 기자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수협은 70년대부터 수산시장을 운영하면서 자발적으로 나간 상인들 외에는 나가라고 한 적 없다. 40년간 누려온 것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며 "신시장에 들어오라고 끊임없이 권유했는데 생존권을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노량진수산 관계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은 어민들의 자산"이라며 "수협 입장에서는 상인들의 편의만을 봐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구시장 비대위 지도부를 맡고 있는 상인 E씨는 "모래밭에서 소금물 먹으며 키워온게 상인들"이라며 "수협은 수산시장을 원 그대로 옮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E씨는 "(현대화시장이) 좁은 것도 문제지만 통풍이 되지 않아 수산물 신선도가 떨어지는 등 수산물 시장의 기본이 안 된 구조"라며 "현재 수협의 태도는 결국 수산시장을 없애고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옛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사진=안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