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이냐, 스몰딜이냐…北美 영변+로드맵 '중간 딜' 부상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9.02.19 13:10
글자크기

[the300] 2차회담 D-8 '스몰딜 회의론' 득세...일각선 '영변 핵폐기+비핵화 시간표 설정' 합의 전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2018.6.12/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2018.6.12/뉴스1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정가와 정치권에서 빅딜(big deal)·스몰딜(small deal), 낙관·비관론이 부딪치고 있다. 현재로선 완전한 비핵화(FFVD)에 북미가 합의하는 낙관론보단 핵동결·미사일 폐기에 그칠 것이란 회의론이 득세하는 분위기다.

북미가 빅딜과 스몰딜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이행 가능한 영변 핵시설 폐기·검증 등과 일부 남북경협 재개 허용을 맞바꾸되, 비핵화 단계 이행과 로드맵을 합의서에 반영하는 이른바 미디엄딜(medium deal) 방식이다. 북미가 신뢰를 회복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제재해제까진 가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에 기반한 프로세스다.



19일 외교소식통과 외신 등에 따르면, 북미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조율과 합의문 초안 작성을 위해 이르면 20일부터 실무협상을 진행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베이징을 경유해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하노이로 곧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시간은 꼭 일주일이다. 의제 조율 협상 결과에 따라 2차 정상회담의 성패가 사실상 갈린다. 북미 실무대표는 비핵화와 새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약 10개 안팎의 이행 의제를 합의문에 어떻게 반영할지 수싸움에 나선다. 비핵화 의제의 복잡다기성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이 시작되는 27일 새벽까지도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차 회담의 성패와 판단 기준을 두고선 전망과 분석이 극명히 갈린다. 이른바 '스몰딜 회의론'에 불을 지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백악관 기자회견 때 북핵 문제를 거론하면서 "단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동결과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우선순위를 둔 '나쁜 거래'(bad deal)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비건 대북대표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영변과 영변 외 플루토늄·우라늄 폐기·검증·신고, 핵·미사일 비축고 전면 폐기 등을 '완전한 비핵화'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미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시간표에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우선은 영변 핵시설 등의 폐기와 실효적 검증에 주력하는 '중간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타임테이블을 설정하되, 구체적인 비핵화-보상은 당장 실현 가능한 조치에 모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2차 회담이) 스몰딜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빅딜로 가기엔 (협상) 시간이 좀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전 정관은 그러면서 "스몰딜은 넘고 빅딜로 나가기 위한 틀을 짜는 선에서 이번엔 끝나고, 후속 협상에서 빅딜을 위한 시간표를 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18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2차 회담에서 최소한 목표로 삼아야 할 선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발표된 영변 핵시설·동창리 미사일시설 폐기"라며 "(이에 더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밟아나갈 워킹그룹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했다. 북미 합의문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과 협의틀이 담겨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가 '나쁜 거래'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스몰딜은 아니다"고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월 "우리의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포괄적인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 합의를 하더라도 이행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같은 결로 읽힌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의 조엘 위트 대표도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완전한 비핵화)을 한 번에 다 달성할 수는 없다"며 단계적 이행 가능성을 크게 봤다. 위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외교안보포럼 간담회'에서 "회담이 낙관적이어도 비관적이어도 안 된다. 현실적이어야 한다"며 "합의문에 구체적인 비핵화 액션(실행) 아이템이 들어가고 북미가 로드맵도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 사찰·검증에 합의하고, 영변 외 플러스알파까지 나아갈 경우 미국이 상응조치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을 전제로 기존 검토안인 종전선언과 북미 연락사무소를 넘어서는 '당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 협상은 엄밀히 큰 그림을 그리고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를 조율해 내는 방식으로 '스몰딜'과 '빅딜'을 아우르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당장 가능한 수준에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므로 스몰딜이다, 빅딜이다 한쪽으로 몰아가는 건 전체 협상과 합의문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