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트럼프-김정은, 딜에 '승자독식'은 없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2.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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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4. 김정은 VS 트럼프-⑥'윈-윈' 협상

편집자주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역사적인 이 회담의 성과를 전망하고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의 모습을 제시한다.

【싱가포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발코니에 서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싱가포르=AP/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발코니에 서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반드시 '윈-윈'을 달성해야 한다. '하노이 선언'을 통해 북미 각자의 복잡한 국내 정치·경제적 변수를 타개하기 위한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우리측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비핵화 결단을 통해 경제발전을 달성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에 힘을 실어달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의 포문을 열었지만, 실제 김 위원장이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다. 정상국가의 리더십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이끌어냈으며, 북미관계 개선의 교두보도 마련했지만 경제적 제재해제는 전혀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최고존엄의 위상을 갖는 김 위원장이 주도한 '경제 총력' 정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측 내부 강경파들에게 "내가 옳았다"라고 과시할만한 성과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해 말 추진됐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강경파들의 반대가 꼽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두 번째 협상에서도 경제적 체제보장과 관련해 '합의문 종이'만 얻어간다면 자신의 '경제 총력' 노선이 내부적으로 동력을 잃을 여지도 있다. 적어도 자신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장받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내부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아예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의 좌절 이후 정치 의제를 재설정할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재빨리 눈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국경장벽 예산 배정과 관련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과 대립, 연방정부 셧다운, 그리고 장벽 예산 확보를 위한 비상사태 선포 등 일련의 과정은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 궁지로 몰아넣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연계됐었다는 '러시아 스캔들' 이슈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련한 각종 경제 성과를 트위터 등을 통해 직접 홍보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가장 확실하면서 명쾌하게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업적은 역시 김 위원장과의 핵담판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다면 공화당·민주당 정부가 20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워싱턴 D.C.의 아웃사이더인 자신이 해결했다는 업적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된다.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0%대를 회복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노이 담판'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몰딜'에 그칠 경우 실망감이 북한과 미국 내부를 휘몰아칠 것이다. 내부의 반대파들을 조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경제적 평화체제 보장 조치를 맞교환하는 협상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가 기본인 이번 협상의 특성상 승자독식은 불가능하다. '윈-윈'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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