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어치 사겠다"했지만… 美中 무역협상 진통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2.1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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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구매 등 중국 제안, 미국 실효성 없다 판단… 핵심 이슈 이견 좁히지 못한 듯

【베이징=신화/뉴시스】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미중 장관급 무역회담이 열리고 있다. 왼쪽이 미국 대표단, 오른쪽이 중국 대표단이다.  2019.02.14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베이징=신화/뉴시스】14일 중국 베이징에서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미중 장관급 무역회담이 열리고 있다. 왼쪽이 미국 대표단, 오른쪽이 중국 대표단이다. 2019.02.14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날 협상을 진행중인 가운데 양측이 구조적인 이슈와 이행 메커니즘 등 핵심 안건들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있는 것에 대한 상당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고장난 음반'처럼 같은 종류의 제안을 반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미국이 중시하는 국가 산업 보조금과 같은 구조적인 이슈들에 대해 '허울뿐이고 임팩트가 없는 제안'만을 하고 있다 말했다고 SCMP는 덧붙였다.



지적재산권 강화,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 확대, 국가 보조금 축소 등에 대한 중국의 제안과 함께 미국이 이미 부과한 20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한 대한 10%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나머지 500억 달러에 대한 25% 관세만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서구 외신들이 전하는 협상 분위기도 비슷하다. 중국이 추가 제안들을 했지만 미국측은 알맹이가 없고 검증이 어렵다고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구매할 미국산 반도체 규모를 향후 6년에 걸쳐 2000억달러(약 225조4,000억원)로 확대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모보다 5배 많은 액수다. 중국은 아울러 신에너지 자동체 등 국내에서 생산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주던 보조금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고 WSJ은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이 자국 산업에 지급하던 국가 보조금을 중단할 것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모든 보조금 프로그램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맞게 운영하겠다고 했으나 어떤 방식으로 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구매 확대 제안을 두고 의견을 수렴하고는 있지만 이 제안을 반기지는 않는다고 WSJ에 밝혔다. 미 반도체 업계도 중국측 제안에 대해 반도체 구매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의 보조금 철폐 제안에 대해서도 미국측 협상단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제안 수준으로는 오랫동안 장막 뒤에서 운영돼 온 보조금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3월1일인 협상 시안을 연장해 접점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기존 협상 전망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협상단이 중국 구조개혁 의제에서 제자리걸음이며 양국 정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는 데는 먼 길이 남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주요 이슈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양국 협상단이 최소한 이날 밤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회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해각서(MOU)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뤄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 최종 결단의 공을 넘기려고 한다는 해석이다.

미중은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1일부터 차관급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전날부터는 고위급 협상을 가동중이다. 미국측 고위급 협상단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끌고 있고, 중국은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인 류허 부총리가 협상단을 대표하고 있다. 이틀 일정의 이번 고위급 협상은 이날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 주석도 이날 중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므누신 장관 등 미국측 핵심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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