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매하고 3만원 벌기?"… 온누리상품권 '현금깡' 횡행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9.02.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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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카페서 횡행, 전문 거래상까지 참여...사적거래 못 막아, 전통시장 활성화 취지 무색

설을 앞둔 27일 서울에 위치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설을 앞둔 27일 서울에 위치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온누리상품권 연중무휴로 (액면가 대비) 96%에 삽니다."
"온누리상품권 150만원 어치 팝니다."
#18일 자정부터 오전 9시까지 한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는 온누리상품권 거래 관련 게시물이 10여건 올라왔다. 이를 포함해 올 들어 이날까지 해당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온누리상품권 관련 게시물은 290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0여건 늘어난 수치다.

전통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현금깡’(상품권을 저가 매수해 되파는 행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일반 보유자들의 사적 재판매가 가능한 데다 시세차익도 보장돼서다.



해당 인터넷 카페에선 선물로 받은 온누리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것은 물론 매입가 대비 웃돈을 붙여 파는 것도 가능하다. 상품권을 사겠다는 글을 올린 회원들은 권면금액(액면가) 대비 88~96% 선의 매입액을 제시했다.

설 직전 특별할인 기간에 온누리상품권을 매입한 사람은 액면가 대비 90% 이상으로만 팔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식 판매처인 시중은행들을 통해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온누리상품권에 기존보다 2배 높은 10% 할인율을 적용해서다.



당시 중기부는 10% 할인 공급과 함께 오는 20일까지 월별 개인 구매한도를 기존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했다. 특별할인 기간 상품권 50만원 어치를 은행에서 45만원에 매입한 보유자들이 이를 48만원(액면가 대비 96%)에 되팔면 3만원 차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당시 온누리상품권은 개인 구매한도를 넘겨 매수하기 위한 대리 구매가 성행했고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온누리상품권을 보다 높은 값에 팔려는 보유자들은 직접 판매글을 작성해 거래하기도 한다. 실제 한 보유자는 액면가 기준 200만원의 온누리상품권을 194만원(액면가 대비 97%)에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에 나선 회원들은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려는 일반 네티즌도 있지만 각종 상품권 전문 거래상들도 있다. 해당 카페에 게시글을 올린 상품권 거래상 A씨는 “택배로 온누리상품권을 보내면 계좌에 돈을 입금해준다”고 밝혔다. 이처럼 온누리상품권이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전통시장 활성화란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기부는 설 기간 온누리상품권 회수율과 함께 현금깡이 불법 환전과 관련돼 있는지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환전은 최종적으로 전통시장 상인을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 온누리상품권 최급 가맹점(전통시장 상인) 또는 개별 가맹점 환전을 대행하는 상인회만 시중은행에서 환전(액면가 100%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당한 용역이나 물품 지급 없이 온누리상품권을 수취, 환전하면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 등 처분을 받는다.

아울러 중기부는 온누리상품권의 유통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인터넷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인터넷 거래자에 대해선 제재 조항이 없으나 거래된 상품권들을 불법 환전하는 가맹점주들은 수시단속 등을 통해 적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가맹점주를 끼지 않은 사적 거래행위까지 제재하기는 어려우나 부정 유통의 고리 역할을 하는 가맹점주들은 제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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