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232조' 보고서 임박…한국, 관세폭탄 피할까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2.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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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통-⑧]미 상무부 17일 '자동차 232조' 보고서 제출 전망…25% 전면 관세부과시 국내 자동차산업 영향 불가피

미 '자동차 232조' 보고서 임박…한국, 관세폭탄 피할까


"협상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되고 끝납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 차 스위스에 다녀온지 불과 나흘 만이다. 김 본부장이 설 연휴도 반납하고 급히 출국길에 오른 건 연초 최대 통상 현안을 두고 막바지 대응을 위해서다.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 232조' 조사 보고서 제출 시한이 임박했다.

지난해 5월23일 미 상무부는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미국 자동차 업계에 피해를 입히고 관련 산업의 첨단기술 발전을 저해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시작했다. 1962년에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관세 부과 등 수입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조사 개시 270일인 오는 17일까지 조사 결과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

보고서 제출 기한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관세 부과 방식과 대상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미 무역 전문 매체 '인사이드 US 트레이드'(Inside US Trade)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3가지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당초 예상됐던 대로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20~25% 사이의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 관세부과 방식이다. 새로운 안으로는 첨단분야의 자동차 산업만을 선택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언급됐다. ACES(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전기차, 공유차) 등 특정 첨단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1안과 2안을 절충한 3안도 논의되고 있다.

1안대로 미국이 수입차와 부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이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7년 기준 한국의 대(對)미 완성차와 부품 수출액은 240억달러였다. 이는 대미 총수출의 33.7%,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한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조지아주(기아차 공장 소재)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을 만나 미국 정부의 자동차 232조 조사에 대한 한국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2019.1.31/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조지아주(기아차 공장 소재)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퍼듀 상원의원을 만나 미국 정부의 자동차 232조 조사에 대한 한국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2019.1.31/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25% 관세 부과시 가격이 상승한 한국산 자동차를 미국 국내산이 대체하면서 대미 수출량이 연간 16만대(22.7%)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자동차 산업부문 대미 무역수지가 43억∼98억 달러까지 악화되고, 자동차 산업 총생산이 8%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안이 현실화해 ACES 분야에 대한 선택적 관세 부과가 이뤄질 경우 국내 자동차 수출에는 영향이 덜 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첨단 분야 자동차보다는 기존 휘발유 승용차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경우 최근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나 커넥티드 카 등 자동차부품 분야에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어느 안이 선택되든 마음을 놓을 수 이유다.


정부와 업계는 최종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김현종 본부장은 현재 현지에서 미 정부.의회 핵심인사들과 연이어 만나며 '아웃리치'(외부 접촉)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관련 미국 측 관심사항이 반영된 만큼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척 그래슬리 미 상원 재무위원장, 데이비드 퍼듀, 스티븐 데인스 상원의원, 앤디김 하원의원 등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오는 6일까지였던 미국 체류 계획도 8일까지로 늦췄다.

정부가 '자동차 232조'와 관련해 사력을 다하는 것은 최근 악화한 수출 여건과도 무관치 않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63억5000만달러로 전년동월대비 5.8% 줄었다. 1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가 관세폭탄을 맞는 등 통상환경까지 악화할 경우 전체 수출은 물론 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가용채널을 활용해 미 행정부와 의회 등에 우리 의견을 전달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측이 제시할 수 있는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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