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엔 '큰 손' 한진그룹…계륵된 '방어자문'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2019.01.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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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원년…‘주총 전쟁’ 시작됐다]<2>-⑥한진그룹…작년 8980억 회사채 발행 수십억 수익 고객…도우미 나서기도 부담…조용히 한진그룹 도와

증권사엔 '큰 손' 한진그룹…계륵된 '방어자문'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주주권 행사를 천명한 가운데 삼성증권 등 몇몇 증권사가 한진그룹을 돕고 있지만 이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갑질사건' 등에 휘말리며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한진그룹의 도우미로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21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을 비롯한 일부 증권사가 다양한 경로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방어자문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각 증권사 IB(투자은행)본부 중 기업과 연관이 깊은 커버리지(기업금융)부서에서 한진그룹에 조언을 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과 구체적인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경영권을 방어할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며 "경영권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지게 된다면 의결권 확보 등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도 "한진그룹 경영진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줬을 때 얻을 수 있는 신뢰관계가 쌓이는 게 큰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에서 조양호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조 회장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줄 경우 앞으로 한진그룹과의 다양한 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경영진과 직접적으로 연락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한진그룹 경영진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진그룹이 매년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수입도 증권사가 포기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총 898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2400억원)과 8월(3000억원), 11월(1700억원)에 총 71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규모를 지난해(3000억원)의 두배 이상으로 늘렸다. 한진이 118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한진칼이 회사채를 팔아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증권사가 가져가는 회사채 발행수수료가 20~30bp(1bp=0.01%)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는 18억~24억원 정도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회사채 발행순위 7위를 차지했다.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시 주관업무를 맡을 수도 있다. 한진칼의 자회사인 토파즈여행정보의 IPO(기업공개)나 대한항공 정비(MRO)공장의 IPO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부담요인이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주요안건에 대해 의견을 밝힐 경우, 한진그룹의 자문을 해 준 증권사의 입장이 애매해질 수 있어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자문을 맡을 때 생기는 사회적인 비난이 두렵긴 하지만 현실적인 이익을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증권사들이 물밑에서만 조용하게 한진그룹을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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