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도 아닌 동부 당진공장, 누가 가져가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9.01.16 16:36
글자크기

21일 예비입찰제안서 접수 마감…철강 공급과잉 속 '매각 공전' 예상

2009년 7월 1일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충남 당진 아산만 동부제철 열연공장에서 열린 전기로 완공식에서 첫번째로 생산된 열연코일(열연두루마리)에 큰붓으로 '세계제일'이라는 글귀를 써넣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2009년 7월 1일 김준기 당시 동부그룹 회장이 충남 당진 아산만 동부제철 열연공장에서 열린 전기로 완공식에서 첫번째로 생산된 열연코일(열연두루마리)에 큰붓으로 '세계제일'이라는 글귀를 써넣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동부제철 (6,920원 ▲30 +0.44%) 당진 열연공장 전기로가 3번째 매각 작업에 돌입하지만, 국내외에서 적당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 전망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동부제철 채권단은 오는 21일 예비입찰제안서(LOI) 접수를 마감하는 등 당진 열연 전기로 설비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 매각 작업은 2014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당시 정부 및 채권단 주도의 철강 구조조정에서 마지막 남은 것으로 여겨졌던 동부제철 당진 열연공장은 아직 팔리지 않은 채로 있다.

한때 중국, 이란(카베스틸), 태국업체가 차례로 인수를 시도했으나 경제성 문제, 재무 부담 등의 이유로 매각되지 못했다. 특히 LG상사가 채권단으로부터 동부 열연 전기로를 사들여 이란 현지에 되파는 매각 협상은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됐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에 '철강업계의 맏형' 포스코가 '국가 기술유출 우려'가 있는 당진공장을 떠안아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 (31,800원 ▲200 +0.63%)이 당진제철소 바로 옆에 있는 동부제철 부지에 몇 년 전부터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연 5억6000만톤)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철강 인수합병(M&A)은 없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도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업체 또한 가능성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슬라브를 들여 당진공장에서 가공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중국내 철강사에서 만들어내도 되는 것을 굳이 한국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만약 산은이 노후화된 인천공장(동부제철 자회사 동부인천스틸)까지 묶어서 '패키지 딜'을 추진한다면 매각이 더욱 불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동부제철 전기로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1조원 넘게 투자해 2009년 연산 300만톤 규모의 전기로 가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4년 10월 경영악화에 따른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동부제철 경영권을 상실했다.

동부제철 당진공장은 철광석과 유연탄을 재료로 사용하는 고로(blast furnace)가 아니라 전기로(electric furnace) 방식으로 쇳물을 생산한다. 하지만 원료인 양질의 고철(철 스크랩)을 구하기 힘들고, 고철과 선철의 적정 배합비율을 찾는 데 실패해 비싼 선철의 비중을 높이다 보니 원가가 폭등해 매년 1000억원 가량 적자를 내 2014년 말 채권단이 가동을 중단했다.

산은은 지난 7일 동부제철 매각공고를 내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규 자본 유치와 경영권 이전을 추진키로 했다.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8일까지 비밀유지확약서를 받았고, 21일까지 예비입찰제안서(LOI) 접수를 마무리한다. 21일까지 국내외 인수 후보자로부터 LOI를 받아 다음달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