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성선설과 제로페이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1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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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는 경제논리보다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추진한 정책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 금융권 관계자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제로페이에 대한 평가다. 수수료 부담을 줄여 어려운 영세 소상공인들을 돕는 취지라면 "착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출발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로페이에 소비자를 유인할만한 혜택이 너무 없기 때문에 나온 평가다.

아닌게 아니라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로페이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착함'을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착한 결제'인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거리 곳곳에 붙은 홍보물도 인터넷광고도 모두 '제로페이=착하다'는 구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랭하다. 제로페이가 경제적으로 봤을 때 신용카드만큼의 혜택도 없고 편의성조차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맹점 역시 소비자가 찾지도 않는 '착한 결제'를 굳이 바라지 않는다. 시범사업 전부터 이어진 홍보에도 불구하고 제로페이 가입 가맹점은 2만여개 수준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에 가맹점을 모집한 카카오페이의 소상공인 결제는 이미 회원수가 13만명에 이른다.

애초에 '수수료 무료'라는 단순 수치적인 목표만을 설정해놓고 정책을 추진한 한계로 생각된다. 수수료 없는 결제로 어떻게 소비자를 유도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울시 투자유치과에서 수수료 없는 페이를 해보자는 식으로 건의를 한게 소상공인 정책으로 갑자기 묶이면서 제로페로 발전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를 쓰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추구하는 것은 '착한 소비'보다 '똑똑한 소비'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결제해야 효율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카드사들도 이같은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가 선택할 만한 상품을 내놓는다. 제로페이가 이같은 최소한의 시장원리를 기반으로 나왔다면 '착한 결제'라는 문구까지 내놓지 않아도 소비자가 찾았을 것이다. '성선설' 기반 정책이라는 말이 표퓰리즘 정책의 안일함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이유다.
[기자수첩]성선설과 제로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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