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통화 시세의 지나친 급등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보다는 오로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에만 관심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기대심리가 무너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각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전부인 양 숭배했던 가상통화가 1년 만에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가상통화는 초기 금융집중화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비트코인은 분산 원장 기술에 의한 탈중앙화를 내세웠다. 그러나 중앙집권적인 금융기관을 배제한다고 하면서 거래소나 거대 자본세력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이권집단 간 이해관계 충돌로 여러 번의 가상통화 분열이 발생했다. 이를 하드포크라고 한다. 그러나 잦은 하드포크는 가상통화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결국 분산화된 원장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어도 자본의 지배구조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저장가치로서의 기능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사용자와 거래량이 줄어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안전 자산 피난처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오히려 불법자금 세탁이나 범죄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암호화된 기술로 인해 해킹에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거래소 자신의 해킹과 횡령은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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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빗썸은 사외이사가 개인 컴퓨터에 3만여명의 가입자 정보를 저장했다가 유출됐다. 유빗(현 코인빈)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해킹을 당했다. 올해 1월 코인원은 마진거래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4월 코인네스트는 횡령, 사기 혐의로 김익환 대표와 임원이 긴급체포됐다. 이달 18일에는 업비트 운영업체인 두나무 임직원 3명이 254조5000억원의 허수 주문을 내고 1491억원의 부당이득을 편취해 사전자기록 등 위작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거래소의 이런 잦은 해킹, 횡령, 시세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이용자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또한 지난해 해외보다 지나치게 높았던 국내 가격은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유독 국내 가격만 해외보다 높다는 것은 그만큼 거래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거품가가 상당부분 해소됐지만 여전히 국내 모든 거래소의 가상통화들 거품가 비율이 일정하다. 모든 거래소의 모든 가상통화 거품가 비율이 일정하다는 것은 시세조작이나 담합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가상통화가 초기에 내걸었던 가치는 점점 퇴색되고 오로지 투기나 자산 은닉, 범죄수단으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올 초 국내 20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가상통화 규제에 반대하는 청원을 했다. 각국의 규제는 가상통화가 극복할 내재적 위험인데도 그걸 가치증명이 아닌 정치적 시위로 해결하려고 한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거래소 주주는 그 자리를 떠났고 세간의 관심은 서서히 사라졌다. 이제는 누구도 관심 없는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여전히 ‘가즈아’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가상통화가 현재보다 나은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가상통화 가치는 제로(0)에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아무리 좋은 신기술이라 해도 단계적 가치증명 없이 자금만 끌어들여 투기로 치달으면 사라지게 된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가상통화의 미래보다는 누가 마지막에 폭탄을 안고 있을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가상통화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