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없이 장사 막지마" 대종빌딩 입주민 항의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방윤영 기자, 이해진 기자, 이영민 기자 2018.12.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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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원인은 부실공사…강남구청, 3종 시설물 지정으로 사용금지 조치 내려

 12일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에서 입주자들이 퇴거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종빌딩 붕괴 위험으로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발생 위험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스1 12일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에서 입주자들이 퇴거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종빌딩 붕괴 위험으로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발생 위험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삼성동 테헤란로 한복판에 지어진 고층 빌딩이 붕괴 위험으로 폐쇄된다. 붕괴 위험 원인으로는 부실공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루 만에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대종빌딩 입주민들은 강남구청에 보상 문제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구청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짐 빼고, 항의하고… 입주민들 "붕괴 조짐 있었다"



서울 강남구청은 12일 오전 11시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8조에 따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을 제3종 시설물로 지정하고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다. 1991년 남광토건이 시공한 이 건물에는 중소기업과 법률사무소 등 사무실과 상가 80여곳이 입주해있다. 지상 15층, 지하 7층 연면적 1만4000㎡ 규모다.

12일 밤 12시부터는 건물 사용이 아예 금지돼 입주민들은 급히 사무실을 비워야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 구체적인 지침 없이 대기하라는 이야기만 전해져 입주민들은 빌딩을 들락날락했다. 일부 업체들은 이날 정상출근해 오전 업무를 봤다.



이날 오후 1시쯤 뒤늦게 건물이 3종 시설물로 분류된 사실이 현장 안내문으로고지된 후에야 시설물 사용제한, 철거, 주민 대피 등 안전 조치가 이뤄졌다.

이 건물 입주자 김모씨(40)는 "5일 전쯤 건물 엘리베이터에 안전등급 검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통상적인 검사처럼 보였다"며 "이렇게 붕괴위험까지 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4년 36평짜리 사무실을 2억8000만원에 샀는데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일단 근처 공유오피스에 임시 사무소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종빌딩에 붕괴 위험이 오기 전 건물이 흔들리는 등 이상 징후가 보였다는 입주민들의 의견도 있다.


이 건물 13층 입주자 박모씨(59)는 "지난주 토요일 오전 10시쯤 건물이 쿵 하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2층 삼성전자가 한 달 전쯤 나가고 법률사무소가 새로 계약해 인테리어 원복 공사를 하다가 균열을 발견한 것인데 만약 못 보고 한두 달 그냥 놔뒀으면 인명피해가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청 "보상 책임 없다"… 주민들 불만 쏟아내

입주자들은 불투명한 보상대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 샹젤리제센터에서는 대종빌딩 입주민 비공개 회의가 열렸다. 강남구청·구조안전진단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입주민 50여명을 대상으로 현 상태를 설명했다.

보상에 대한 질의와 고성이 오가자 구청 관계자는 "당장은 임차인이나 임대인 모두에게 별도 보상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한 입주민은 회의장에서 "보상 안 할 거면 무책임하게 장사를 막지 말라"며 "건물 사용을 중지시키면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층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김모씨(61)는 "피눈물 흘리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 사무실이 없어지면 당장 해외 거래처와 계약에 차질이 생긴다"며 "우리 목숨이 끊어지는 건데 보상대책 없이 일단 나가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입주민설명회 갔더니 구청에서는 지진이면 특별재난 선포해서 보상을 해주는데 이건 개인 건물에서 발생한 일이라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며 "여기 80여개 중소기업들 생계는 어쩌란 것이냐"고 말했다.

◇붕괴 위험 원인 "부실공사" 가능성 제기

 정유승 강남구 부구청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에서 '위험물 긴급 합동안전점검 결과 및 조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종빌딩 붕괴 위험으로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발생 위험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스1 정유승 강남구 부구청장이 12일 서울 강남구 대종빌딩에서 '위험물 긴급 합동안전점검 결과 및 조치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대종빌딩 붕괴 위험으로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전진단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발생 위험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스1
붕괴 위험 원인으로는 부실공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중섭 강남구청 건축과장은 "전문가에 의하면 (대종빌딩이 시공된) 1991년도는 시멘트 파동 등 건축업계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다고 한다"며 "외벽과 기둥 자체가 (처음부터) 80% 성능으로 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80% 내력으로 버티다가 현재는 50%로 떨어졌다"며 "부실시공 여부는 안전진단 결과를 가지고 종합적으로 살펴봐야겠지만 (현재) 육안으로 보면 잘못된 시공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초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부분도 확인됐다. 박 과장은 "(설계) 도면을 보면 2층 가운데 두 개 기둥이 가로와 세로 90x90㎝ 크기로 사각형으로 돼 있는데 시공 자체는 원형으로 됐다"며 "(이 때문에) 내력 자체가 20% 부족해진 게 아닌가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강남구청 등에서 부실 점검을 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강남구청에서 문제가 생기니 이제서야 안전등급 최하위윈 E등급을 줬는데 사전에 안전진단을 제대로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올해 있었던 상도유치원 붕괴 때도 사전에 위험이 감지가 됐지만 구청이 제대로 안전진단을 하지 않아서 발생했다"며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 가운데 어디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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