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노란조끼' 달래기 풍선효과… 이탈리아 화났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12.1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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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00억유로 재정 투입으로 적자 증가 불가피…
伊 "EU, 프랑스 적자 '3%룰' 위반은 왜 봐주나" 반발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란조끼(gilets jaunes)' 달래기 대국민 담화의 풍선효과로 프랑스가 외부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임금인상과 세금 감면 등의 당근을 받은 시위대 내부에선 '휴전' 목소리가 커졌지만, 예산안 규모를 놓고 EU(유럽연합)와 갈등을 빚는 이탈리아가 프랑스 재정 문제를 걸고넘어지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BBC는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 이후 노란조끼 내부에서 시위 중지의 의견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국민들의 시위 지지율은 담화 발표 후 66%에서 45%로 21%포인트 떨어졌다. 대통령의 대책이 국내에서 효과를 거둔 것이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영상으로 이번 노란조끼 시위를 촉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자클린 무로(51) 역시 마크롱 대통령의 담화 후 "우리는 이제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사실상 휴전을 제시했다.

4주 연속 이어진 노란조끼 시위는 협상 대표자도 없이 단기간 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낸 시위로 평가받는다. 지난 10일 마크롱 대통령의 TV 담화 발표 내용에는 유류세 인상 방침 철회, 최저임금 월 100유로(약 12만8000원) 인상, 추가 근로 수당 비과세, 월 연금액 2000유로(약 258만원) 미만인 연금생활자에 대한 세금 부과를 없애는 등의 조치가 담겼다.



문제는 이번 조치로 프랑스 정부가 100억유로(12조84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정 적자가 늘면서 EU의 '3%룰'을 위반할 상황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0억유로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0.4%로 프랑스가 설정한 내년도 GDP대비 재정적자가 2.8%에서 3.2%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U는 회원국이 예산안을 짤 때 재정적자를 GDP의 3%를 넘기지 못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를 어기게 되는 것이다.

당장 재정적자 문제로 EU와 갈등 중인 이탈리아가 발끈했다. 이날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는 EU집행위원회를 향해 "EU는 우리 예산안뿐만 아니라 프랑스 예산안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프랑스가 이번 약속을 실행에 옮기면 EU가 정한 재정적자 상한선 규정을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는 프랑스에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역시 "노란조끼가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길 바란다"면서도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발언을 이었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프랑스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에 담긴 재정적자 규모는 GDP대비 재정적자 2.4%로 EU 재정준칙을 위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임 정부가 약속한 규모보다 3배나 늘어난 데다가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비율이 EU 권고치를 2배 이상 넘는 GDP의 131%에 달해 2.4%도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았다. 프랑스의 부채비율은 99%다. EU는 이탈리아가 적자 규모를 축소하지 않으면 GDP 대비 0.5%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 정부가 다른 지출을 줄여 내년도 예산안에 재정적자 비중이 GDP의 3%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유럽연합위원회에 장담했다고 전했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마크롱의 양보 조치가 이탈리아에 '선물'을 안겼다"면서 "이번 조치로 EU와 이탈리아간 갈등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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