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請願)'의 사전적 정의다. 국가에 원하는 바를 요구하기만 하는 '민원'보다 좀 더 나아가 법률에 준하는 절차다. 이번 정부 들어 청와대가 직접 국민들의 '청원'을 받고 있지만 청원의 사전적 의미만 보면 '진짜 청원'을 들어줄 기관은 청와대보다는 국회나 정부 기관 등 관공서, 지방 의회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없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 청원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정부 행정에 대해 직접 국민들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운영하는 '국민신문고(http://www.epeople.go.kr)'도 있다. 행정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청원 창구보다는 민원 창구에 더 가깝다. 정부의 모든 부처와 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민원을 넣거나 손해 구제를 청구하고 법률 등의 개정 촉구를 비롯한 정책 제안도 할 수 있다. 행정 처분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 법률에 준하는 행정심판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도 국민신문고다.
그럼에도 각 청원·민원 창구 이용률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비하면 현저히 저조하다. 대표적으로 국회 청원의 경우 청와대 국민청원이 만들어진 지난해 8월17일부터 26일 현재까지 접수 건수가 72건에 불과하다. 이 중 처리된 건수는 생리대안정성조사 청원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청원 등 3건인데 모두 본회의에 불부의됐다. 이미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청원에 제기된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이유에서였다.
청원 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청원에서 국회의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 국민의 청원권을 제한한다며 위헌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2006년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청원권 행사에 의원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어 청원권을 사실상 박탈해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밀려 '찬밥' 신세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청원·민원 제도 효용에 더 주목한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국민이 몰리지만 청원 절차가 가볍게 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임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제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촛불혁명 이후 제도적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시민들이 감정에 호소하며 일종의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느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이 맞는지 청와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