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토라인 4분' 달라진 김성수…"자기변호 심리 작동"

뉴스1 제공 2018.1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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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피해자 코스프레 전형…진정성 보기 어려워"
김성수 "피해자 '아빠가 경찰'"…경찰 "사실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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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11.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11.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21일 검찰로 구속 송치되기 직전 강서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씨(29)는 앞서 2차례 포토라인에 섰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자신의 심경과 함께 사죄의 뜻도 보였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김씨에 대해 살인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을 달아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로 이동하기 전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포토라인에 선 김씨는 약 4분에 가까운 시간동안 말을 했다. 중간중간 힘겨운듯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도 있었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변했다.

김씨가 포토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달 22일 정신감정을 위해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로 이동하기 전이 처음이었고, 전날(20일) 치료감호소에서 경찰에 신병인계 될 때 또 한 번 취재진을 마주했다. 두 번 모두 취재진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거나, '죄송합니다' 이외에는 발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다소 느리고 어눌한 말투였지만 김씨는 자신의 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그때는 화가 나고 억울한 상태였다. 알바생, 그 피해자에게 (자리를) 치워달라고 했는데 표정이 안 좋았고 '왜 시비냐'고 반말을 했다"면서 "경찰을 불렀는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고 피해자가 '우리 아버지가 경찰인데 나를 죽이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한 것이 머리에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면서 억울하고 과거의 생각들도 났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처럼 생각이 드니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서 "그러다보니 피해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죽이고 같이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동생의 공범 의혹에 대해 "아니다"고 부인해왔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동생이 피해자를 잡은 것을) 경찰이 CCTV를 보여주고 나서 뒤늦게 알았다. 동생이 무죄라고 확신했는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동생도 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신감정 결과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라는 판정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제가 그런 부분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의사가 말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11.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18.11.2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김씨는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호송차에 타기 직전까지도 취재진의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그는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고 유가족 부모님들과 고인에게도 너무너무 죄송하다. 제 말이 닿지 않겠지만 계속 죄송하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낫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김씨의 많은 발언에 대해 예견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말한 '피해자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실제로 이같은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이같은 행동을 '범죄자의 일반적인 행동패턴'이라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언론을 통해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그러다보니 세세히 설명했지만 실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패턴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리한 부분은 얘기하지 않고 유리한 정황에 대해서는 억울했던 것처럼 말한다. 반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자기를 도발했다고 하고, 왜 얼굴을 찔렀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반적인 반사회적 강력범죄자의 모습으로 보여진다. 남에게 이야기할 때는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라며 "거칠게 호흡을 하는 것 조차도 '과잉증상호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비슷한 견해였다. 그는 "사건 초기에는 잔혹성이 크게 비춰지기 때문에 언론을 통해 말하는 것 자체가 더 화를 키운다고 판단이 됐을 것"이라면서 "검찰 조사로 들어가면서 자신이 억울하다고 보이는 부분에 대해 합리화를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방어를 하려는 심리는 범죄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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