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20일 오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역분쟁"이라며 "투자와 소비, 가치체인을 변화시키며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BIS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며,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스위스 바젤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회의에서 세계경제 흐름과 금융시장 동향을 논의한다.
그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날 텐데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모국인 멕시코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큰 2개 국가가 무역분쟁을 일으키면 나머지 세계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성장도 저해될 수밖에 없다"며 "무역분쟁 해결을 위해 (미중 양국 정상이) 분명한 그림을 갖고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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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준이 꽤 오랫동안 자신들의 의도에 대해 소통을 해왔으며, 신흥국들은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고 국내 상황들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대체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잘 준비해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거시경제가 굉장히 견조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잘 관리하고 있다. 또 금융시장도 안정돼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잘 대처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부채 구조조정 지연과 경기부양 정책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중기적으로는 이룰 목적을 이룰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반적으로 중국이 적절한 정책조합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당 7위안' 문제에 대해서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됐지만, 예상된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서는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위안선이 깨질 경우 중국의 자본유출 우려가 현실화되며, 중국과 세계경제 흐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주요국 경제가 진지하게 고려할 것은 구조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국이) 구조개혁을 지연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며 "(구조개혁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면 경제성장을 돕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BIS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BIS 이사회 이사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선출된 배경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총재는 내년 1월부터 BIS 이사회 이사 임기를 시작하게 되며, BIS 전략과 정책방향 등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이 세계 교역과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하며 "한국은행의 정책은 아주 견고했고, 국제사회에서도 중요한 자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열 총재의 신임 이사 선출을 계기로 BIS에서 아시아와 한국의 발언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총재의 이사 선임에 대해 중앙은행들 모두가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