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여성인력 '소프트파워'가 뜬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유영호 기자, 최우영 기자 2018.11.23 04:00
글자크기

[혁신성장 성공열쇠, 미스매치(Ms+Match)]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인터뷰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사진=이기범 기자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사진=이기범 기자


한국 경제는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선 산업현장의 변화 흐름이 매우 빠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나타난 신산업이 기존산업을 대체하고 있다. 안으로는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더불어 생산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성장 동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같은 대내외 변화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해답을 '여성 인력'에서 찾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특히 상대적으로 진출이 적었던 산업현장과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만난 김 원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단순한 양적 양성평등 차원을 넘어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여성의 강점이 개방성, 융합성, 연결성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에 잘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그는 "여성 R&D 인력은 복합문제 해결능력과 감성지능, 서비스 지향성 등 사회관계적 기술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초연결 사회로 갈 수록 여성의 경제활동을 제약했던 공간과 시간의 경직성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제도와 인식이 여성의 산업현장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15~64세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8.4%로 남성 78.9%보다 20.5%포인트 낮다. 미국(67.3%), 프랑스(67.9%), 일본(68.1%)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크게 뒤쳐진다. 김 원장은 "장시간 근로 문화와 일·가정 양립을 저해하는 기업문화, 재취업이 어려운 고용시장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가 갖춰지지 못한다면 여성 참여도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셈이다.
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사진=이기범 기자김학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사진=이기범 기자
이에 KIAT는 201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R&D분야의 여성인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 중이다. 중·고등학생 예비 공학인 때부터 경력단절 발생 단계까지 시기별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진 여성 R&D 인력의 취업을 돕고, 경력단절 발생시 교육을 통해 현장 복귀를 지원한다.



특히 매년 개최되는 K-걸스데이(K-Girls' Day)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산업기술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올해 행사 진행 과정을 직접 참관한 김 원장은 "산업이 다양화되면서 여성 인력의 필요성은 커졌는데, 과거 인식 탓에 여학생의 이공계 진학률이 떨어져 인력 부족 문제가 시작됐다"며 "학생들에게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차원에서 의미가 컸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기업이나 연구소 등 현장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조직에 남성 중심 문화가 뿌리 내려진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여성의 진출을 늘리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성임원 할당제, 중간관리자 양성 지원 등을 통해 여성들이 새로운 목표를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여성 R&D 인력들에게 "기회가 많다"는 당부도 남겼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선 여성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며 "경력개발 노력을 통해 역량을 높이고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본인과 조직의 목표를 성취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여성 R&D 인력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여성인력이 산업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