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52시간'이 쏘아올린 탄력근로제

머니투데이 안재용 김민우 기자 2018.11.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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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탄력근로확대]오래된 숙제 '탄력근로제' 근로시간 축소로 '물꼬'…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도

[MT리포트]'52시간'이 쏘아올린 탄력근로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하면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란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정 기간의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 근로시간(40시간)내로 맞추는 제도를 말한다. 예컨대 11월 첫째주의 전체 근로시간이 48시간이었다면 둘째주의 근로시간을 32시간으로 정하는 것이다.



탄력근로제는 외환위기 때 도입됐지만 적용 비율이 10%(2016년 기준 9.2%)를 밑돌 정도로 유명무실한 제도였다. 적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길지 않은 단위 기간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을 통해 정하는 경우 ‘2주’,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 ‘3개월’을 기준으로 한다. ‘2주’ 또는 ‘3개월’간 주당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탄력근로가 필요한 기업들은 이 기간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숙박업과 요식업, 수영장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업무가 폭증하는 업종의 경우 한 계절(약 3개월) 전체의 업무량이 늘어나는데 특정기간의 근무시간을 줄여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사간 서면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단위기간이 2주인 경우에는 사실상 적용이 어려웠다. IT기업이나 건설업, 연구시설 등에서는 한 프로젝트 단위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유명무실했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기업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주당 근로시간이 단축되기 전까지는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긴 한국에서 탄력근로제를 확대할 명분이 약했고 노동계의 의견을 무시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도입 유인도 근로시간 단축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주당 최대 근무시간이 68시간인 상황에서는 굳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추가수당을 지급하고 연장근로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탄력근로제를 실시하려면 서면 합의 과정에서 미리 근로계획을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었다.

근로시간이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축소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연장근로 활용으로 필요 근무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탄력근로제 확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정기간에 장시간 근로가 집중돼 근로자의 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크고, 산업재해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노동계의 반발은 여전했지만 여론의 향배도 탄력근로제 확대 쪽으로 기울었다.

실제 여야 정치권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부칙에 ‘고용노동부장관은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도록 함’이란 조항을 명시했다. 사실상 2022년까지 탄력근로제 확대를 공언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과정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뿐 아니라 업종별 차등 적용도 고려되고 있다. 한 사업의 단위가 긴 IT기업 등의 업종과 계절적 특성이 강한 달력제작업, 빙과제조업 등의 업종간에는 단위기간을 달리할 수 있단 얘기다. 추가 근로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의 꼼수도 이를 통해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과 관련 “업종별 차등적용, 휴식시간 보장 등 충분한 합의가 가능하다”며 “탄력근로제 확대는 지난 2월 국회 환노위에서 법정 근로시간 기준법을 통과시킬 때 여야가 추후 논의키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사 합의를 통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의견을 중요시하겠단 입장이지만 결국 국회 논의를 통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홍 원내대표는 “노동계가 반대만 말고 사회적 합의를 위한 대화에 응해달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개악이라 반대만 하는 것은 책임있는 경제주체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가 안 되면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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