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속수무책…中 질적 성장 포기하나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10.3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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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PMI 2년 만에 최저…대규모 부양책 쓰자니 부채가 걸려

무역전쟁에 속수무책…中 질적 성장 포기하나


중국 경기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빠르게 식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세계 금융위기 극복 때처럼 대규모 재정지출과 양적완화가 필요해 보이지만, 막대한 국가부채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채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중국의 노력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역 공세로 시험받고 있다"고 했다.

◇中 제조업 경기 2년 만에 최저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2로 2016년 7월(49.9)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31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는 50.6이었으며, 한 달 전 수치는 50.8이었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은 경기 위축을 나타낸다. 중국의 제조업 PMI는 지난 5월 51.9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내림세다. 주로 서비스업 동향을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도 53.9로 전달의 54.9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이달 제조업 PMI는 관세 부과 등 무역전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시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24일 각각 2000억달러, 600억달러 규모의 상대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6.5%에 머문 가운데 제조업 경기까지 나빠지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월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5.4%로 집계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으며, 소비 지표도 부진해 내수도 불안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주가, 기업 신뢰지수, 공장 물가, 원자재 가격 등 주요 경제 지표를 토대로 전반적인 중국 경기 전망 지표를 산출한 결과 이달 들어 '나쁘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면서 "국내외 경제 여건이 모두 악화하는 가운데 특히 소규모 민간 기업의 체감 경기가 매우 나빴다"고 했다.



◇부채 부담에 소규모 대책만

중국은 과거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과 2015년 재정 지출과 유동성 공급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 경기를 살렸다. 반면 최근에는 소비세 인하,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률 상향, 유동성 공급 확대, 투자 유인 등 소규모 대책에 그치고 있다.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기에는 국가부채 문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4년 말 160% 수준에서 지난해 말 266%로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증가 속도라면 올해는 3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드러나지 않는 부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최대 40조위안(약 6500조원) 이상일 수 있다"며 "이런 부외 부채는 엄청난 신용위험의 빙산 같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계속 커지는 경기 우려에 그동안 강조하던 '질적 성장'을 포기하고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 들 갈림길에 섰다고 분석한다. 시진핑 정부가 국가부채 급증으로 말미암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재정 지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핌코의 요하임 펠스는 "과거 중국은 국영기업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지금은 자금이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추가 재정 완화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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