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신임 대법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8.8.2/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직 대법관들이 사법농단 사건의 '키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범으로 지목되며 수사선상에 오른 것과 대조된다.
앞서 1심 재판부가 2015년 11월 소송 기각 판결을 내리며 "헌재의 결정을 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자 헌재의 위상 제고를 경계하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심에서 이를 바로잡도록 간부 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2심에서 법원이 헌재 결정을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작성해 2심 재판부에 전달토록 지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현재로선 이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가 재판 개입 의도를 갖고 작성한 문건을 전달받긴 했으나 이것이 재판장의 판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을 외부 압력에 의해 바꾸거나 한 것이 아니라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른 것이기 때문에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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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법관 역시 2016년 옛 통진당 소속 이현숙 전 전북도의원이 낸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 퇴직처분 취소 및 지방의회의원 지위확인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재판장을 맡았을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의견서를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검찰은 노 대법관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 소송에 관해 논의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권순일 대법관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있던 2013년 9월 당시 청와대에서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을 만나 강제징용 소송 지연에 관해 논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임 전 차장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만나 재판 지연과 해외 법관 파견에 대해 논의한 2013년 10월보다 불과 한달 앞선 시점이다. 또 그해 12월에는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 등과 소송 지연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이에 대한 후속 논의를 위해 유 전 수석을 만난 것은 아닌지 의심해왔다. 그러나 검찰은 권 대법관과 유 전 수석이 재판거래를 위해 만났음을 입증할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