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상에 ‘나쁜’ 에너지는 없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8.10.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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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 승리의 주역인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그는 해군부장관이던 1911년 군함 동력원의 석유 전환을 결정했다. 석탄산업의 종주국인 영국에서 영국산 석탄 수요를 줄이고 이란산 석유 수입을 늘리겠다는 의미였고 곧장 사회적 비난에 직면했다.

하지만 처칠은 1913년 의회 연설에서 에너지전환에 대해 “다양성, 오직 다양성(variety and only variety)”이라며 ‘한 가지 품질에, 한 가지 공정에, 한 나라에, 하나의 루트에, 하나의 분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천명한다. 바로 전 세계가 에너지정책(에너지믹스)의 기본 원칙으로 삼는 ‘에너지 안보(security)’다.



처칠의 ‘선택’이 현명했다는 것은 세계대전에서 증명됐다. 1차 세계대전에서 석유를 동력원으로 삼았던 영국 해군은 독일을 압도해 승리했다. 그러자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중동과 지중해를 잇는 석유파이프 차단에 사활을 걸고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의 전차부대를 북아프리카에 투입했다. 그러나 정작 석유공급이 부족해 패전하고 만다.

에너지정책이 국가백년지대계라는 명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한국이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만에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으로 올라서게 한 일등공신은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에너지믹스 다변화 정책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모두 자국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에너지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에너지전환’ 정책도 이 틀을 벗어나선 안 된다. 에너지믹스는 국익을 극대화할 가치중립적 최적화인 것이지 선·악의 가치판단 문제가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시스템’이라는 지향점도 에너지 안보 없이는 결국 헛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반대급부로 원자력을 ‘제로’로 만들 필요는 없다. 정부가 기술개발로 재생에너지의 단점이 보완될 것이라 믿는 것처럼 원자력도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에너지 소비의 약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에너지강국이 되는 해법은 “다양성, 오직 다양성”임을 기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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