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용진'이 300명인 국회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8.10.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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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가 열린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 등 당정협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사이에 한 초선 의원이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책을 발표할 땐 다소 상기된 얼굴이었다.

이 초선의원이 바로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를 공론화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삼성의 차명계좌 문제를 터뜨려 유명세를 탔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박용진에서 시작된 국감이 박용진으로 끝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들은 박 의원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의원님 지치지 마세요. 의원님 같은 국회의원이 300명 필요합니다" 등의 글을 남기고 후원금을 보낸다.



하지만 걱정과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야당의 한 의원은 "박 의원이 이익단체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이라며 박 의원의 재선을 걱정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비롯해 박 의원이 눈엣가시인 협단체 등이 실력행사를 하면 다음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많은 의원들이 유치원 비리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지역 여론을 장악한 이익단체들 때문에 행동할 수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내가 박 의원처럼 이 문제를 공론화 할 수 있었을까 자문해보니 쉽게 답할 수 없었다”며 “모든 걸 던진 박 의원을 우리가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주변의 이런 우려를 잘 안다. 그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는데, 이익단체들의 엄청난 압박을 느낀다"고 했다. 박 의원 보좌진들은 "국민을 위해 일만 했을 뿐인데, 낙선을 우려하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당정은 이날 박 의원을 전면에 세워 국민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달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다수 국민은 박 의원에게 박수로 답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기자 역시 박 의원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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