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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제계획청 장관(청장) 장 모네는 경제에 주목했다. 석탄과 철강은 당시 '산업의 쌀'이다. 독일 등과 함께 두 핵심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상호 의존을 통해 안보 불안을 낮출 수 있었다. 경제재건이 절실한 프랑스에도 이익이었다. 모네는 로베르 슈만(쉬망) 외무장관을 움직였다. 둘은 의기투합했다.
세월을 건너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5개국 순방에 나서면서 영국 BBC, 프랑스 르피가로와 인터뷰했다. 두 군데서 모두 ECSC를 말했다. BBC에는 "유럽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로부터 시작해서 EU에 이르기까지 통합의 길을 걸었다"며 "앞으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결국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전체의 다자 평화안보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꿈은 전쟁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터뷰 답변대로면 "동아시아에서 다자주의적인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EU의 탄생부터, 발전과정에 겪은 숱한 위기와 그걸 극복해 온 역사는 문 대통령에게 너무나 좋은 교과서이자 아이디어뱅크다. 철도공동체는 동북아판 EU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평화를 갈구하는 덴 개인사도 한 이유다. 실향민의 아들이란 점이다. "실향과 이산은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삶의 일부"라고 말한다. 평화의 소중함은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냥 몸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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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도 경계인이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 룩셈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당시 독일지역인 알자스 출신이어서 슈만도 독일인으로 자랐다. 그러나 프랑스가 알자스-로렌을 차지했다. 그는 로렌 지방을 기반으로 프랑스 국회의원이 되는 등 프랑스 정치인으로 살게 된다. 모네 역시 1, 2차 세계대전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군수물자 책임자로 일했다. 이런 출신과 경험은 프랑스와 독일의 반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왜 평화와 공존이 중요한지를 절실하게 여긴 이유가 됐을 것이다.
슈만과 모네를 품었던 프랑스가 EU를 낳았다. EU는 다시 문 대통령의 동북아 평화구상을 낳았다. 대한민국은, 남한은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낳을 수 있을까. 이런 배경에서 문 대통령의 파리 방문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문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이탈리아 로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