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중앙회서 전산망 독립 검토…빠른 상품 개발 위해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10.15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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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전산망 사용 확대 가능성도

OK저축은행, 중앙회서 전산망 독립 검토…빠른 상품 개발 위해


자산규모 기준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이 저축은행중앙회 통합 전산망 대신 자체 전산망으로의 전환에 나선다. 올해 2월 중앙회가 차세대 전산망을 새로 도입했지만 상품 개발 속도나 안정성에서 자체 전산망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관련 실무부서를 중심으로 자체 전산망 개발을 검토 중이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 3대 저축은행 중 자체 전산망이 없는 곳은 OK저축은행뿐이다.



중앙회 통합 전산망은 현재 79개 저축은행 중 자체 전산망이 없는 67개 저축은행이 이용 중이다. 자체 전산망이 있는 저축은행은 SBI, 웰컴 등 과거 자체 전산망을 보유한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지주 통합 전산망을 쓰는 금융지주 산하 저축은행들이다.

OK저축은행이 자체 전산망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속하게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다. 중앙회 전산망을 이용해 신규 상품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 1개월에서 차세대 전산망 교체 이후 1주일로 줄었지만 여전히 자체 전산망에는 미치지 못한다. 자체 전산망을 쓰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앙회 전산망은) 개별 저축은행의 특성에 맞춘 상품을 개발하기에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또 중앙회 전산망은 다양한 규모의 저축은행이 사용하다보니 디지털 관련 신규사업의 추진이 쉽지 않다. 보안이나 안정성을 강화하려고 해도 이해관계가 달라 제때 최신 버전의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다.

주말이나 휴일 등에 계좌개설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자체 전산망을 쓰는 웰컴저축은행은 웰컴디지털뱅크를 통해 24시간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편의성 측면에서 중앙회 전산망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별성에도 최근까지 저축은행들은 자체 전산망을 개발하지 않았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일부 저축은행들의 전산 조작이 문제가 되면서 금융당국이 자체 전산망 개발 대신 중앙회 전산망 사용을 강력히 권고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자체 전산망을 쓰는 저축은행들도 향후 중앙회 전산망으로 교체하도록 했지만 중앙회에서 모든 저축은행의 여·수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이같은 움직임도 중단됐다. 최근엔 중앙회 전산망을 써야 한다는 분위기가 없어지면서 규모가 있는 저축은행들은 자체 전산망 사용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체 전산망을 쓰는 저축은행이 늘어나면 중앙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중앙회 전산망을 쓰는 저축은행이 줄면 그만큼 관리·유지 비용 및 분담금 등이 줄어 전산망 자체가 열악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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