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지자체 금고 선정에 따라 지급하는 출연금의 공식 명칭은 ‘협력사업비’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금고 약정에 따른 협력사업비를 지방재정법에 따라 세입예산으로 편성하고 모두 현금으로 받도록 했다. 금고은행의 지자체와 협력사업계획은 금고 지정의 평가기준 중 하나로 행안부가 인정하는 사안이고 출연금은 이 협력사업을 위한 돈인 셈이다.
출연금은 지자체 세입예산 중 ‘그외 수입’으로 잡힌다. 지자체 세입예산은 크게 지방세수입과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보조금 등으로 나뉜다. 세외수입에는 임대수입, 사용료수입, 수수료수입, 사업수입, 이자수입, 기타수입으로 나뉘며 출연금이 포함된 ‘그외 수입’은 불용품매각대금, 기부금 등과 함께 기타수입 중 하나다.
일반회계로 편성된 출연금은 다른 예산처럼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 쓰인다. 꼬리표가 없어 사업비, 인건비 등 지자체 마음대로 예산에 편성할 수 있다. 금고 선정과 관련된 사업에만 사용할 필요도 없다. 특히 출연금은 지자체장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에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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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효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자체가 중점사업을 추진하는데 출연금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세입예산으로 편성되면서 출연금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특정 사업에 사용했다. 특히 은행이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특정 단체나 사업을 지원하면서 감사원이나 의회의 통제를 벗어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A도는 금고 은행이 B스포츠위원회, C테크노파크 등의 재단에 돈을 직접 출연하도록 했고 D시는 은행이 지급할 출연금 전액을 특정 장학회에 직접 출연하도록 했다.
출연금이 예산에 편성된 이후 은행에 출연금 외에 강제적인 기부 등을 요구하는 사례는 사라졌으나 금고 은행이 자발적으로 지자체가 하는 사업을 도와주거나 지자체가 만든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사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출연금이 과거 예산에 편입되지 않았을 때는 지자체장이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도 있었다”며 “출연금 외에도 지자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지자체 행사에 은행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돈을 특정 지자체의 예산으로 쓰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은행이 특정 지자체에서 버는 돈만 해당 지자체에 출연금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지자체가 은행에서 출연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출연금을 받지 않는다”며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에 출연금이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여 수석연구원은 “출연금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지자체가 예산 편성 때부터 출연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먼저 출연금 규모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출연금으로 선심성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