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억만장자'의 독선? '스냅챗' 주가 9달러도 깨졌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8.09.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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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장중 8.9달러 최저점 경신…1년 내 5달러 전망도

스냅챗 공동창업자 에반 슈피겔(오른쪽)과 바비 머피. /AFPBBNews=뉴스1스냅챗 공동창업자 에반 슈피겔(오른쪽)과 바비 머피. /AFPBBNews=뉴스1


미국 10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페이스북 대항마'로 손꼽혔던 SNS(소셜네트워크) 스냅챗 주가가 최저점을 새로 쓰고 있다.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 '모델 미란다 커의 남편' 등 화려한 수식어로 유명한 에반 스피겔 스냅챗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독선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스냅챗 모회사인 스냅 주가는 장중 8.9달러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경신했다. 이날 종가는 소폭 회복한 9.2달러였다. 이미 올해 들어 40% 가까이 떨어진 셈인데, 월가에서는 주가가 1년 내 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스냅의 부진은 예상 가능했다. 페이스북이 스냅챗 인수에 실패하자 2013년부터 주요 기능을 베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냅챗이 사랑받은 이유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사진과 영상이 일정 시간 후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독특한 기능 때문이었는데, 페이스북은 이를 차례로 도입했다. 스냅챗 사용자들은 일평균 이용자 수나 연 매출 면에서 수십 배 큰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부 환경이 스냅챗에게 불리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스냅챗이 "최고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스냅의 경쟁사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이 최근 개인정보 유출 및 러시아 선거개입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아무도 페이스북을 믿지 않는다. 트위터는 엉망이다"라며 "스냅챗은 대체 뭘 하고 있나?"라고 일침했다.



문제는 스냅 임직원조차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스냅 임직원들은 (슈피겔의) 독재와 같은 경영 방식과 지나친 비밀유지에 대해 불평한다"며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놀랍게도 단순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슈피겔 CEO의 독선은 최근 '스토리 사태'에서 잘 나타난다. 스냅챗이 최초로 개발한 '스토리'란 내가 공유한 사진과 영상이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기능을 뜻한다. 10대들은 이 기능을 통해 서로의 정보를 비밀스럽게 공유하고 유대를 쌓았다. 인스타그램은 이 기능을 2016년 8월 도입했는데, 4억명에 달하는 일간 사용자를 끌어모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스냅챗은 '스토리'를 숨겼다. 지난해 말 스피겔 CEO는 앱을 새로 디자인했는데, 첫 화면에 지인의 '스토리' 대신 광고가 뜨게 바꿔버렸다. 내부적으로는 일간 사용자 감소를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강행했다. 결국 새로운 인터페이스 공개 후 악평이 쏟아졌고, 올해 2분기 일간 사용자 수는 전 분기 대비 1.6% 줄어든 1억8800만명을 기록하며 창업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고위 임원들의 사표 행렬도 이어졌다. 지난 10일 스냅의 '넘버 2'로 불리는 임란 칸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팀 센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톰 콘래드 최고생산책임자(CPO)도 회사를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한때 잘나가던 스냅이 이용자 수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많은 고위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슈피겔 CEO는 경영 및 직원 만족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 사항은 없다. 그는 지난달 2일 기업 첫 연례회의에서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았고, 회의는 2분46초만에 끝났다. 스냅챗은 슈피겔과 공동 창업자인 바비 머피가 모든 의결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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