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파생상품 손실 공시,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8.09.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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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3개 업체 CB, BW로 인한 장부상 손실 발생…투자시 잘 살펴야

잇따르는 파생상품 손실 공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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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24 (15,400원 ▼180 -1.16%)는 지난달 14일 540억원의 파생상품 거래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711억원 대비 75.93%에 해당하는 규모로, 회사 재무구조에 큰 타격이 발생했다는 얘기였다. 투자자들은 당황했고 공시 다음 거래일인 16일 카페24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나 회사는 "실제 손실이 발생하거나 현금 유출이 아닌 사안으로, 회사 실적과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곧 반등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파생상품손실이 발생했다는 코스닥 업체가 급증했다. 에코마이스터 (380원 ▼72 -15.93%), 바이오제네틱스 (922원 ▼22 -2.33%), 오스테오닉 (4,500원 ▲135 +3.09%), 알리코제약 (5,080원 ▲60 +1.20%), 와이오엠 (535원 ▼3 -0.56%) 등 23개 코스닥 기업이 올해 파생상품거래손실발생 공시를 냈다. 코스닥 업체가 파생상품손실 공시를 낸 것은 지난해 1개사. 2016년 3개사, 2015년 1개사에 불과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자본 대비 평균 39%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일부 회사는 200%를 넘는 손실을 보였다. 부채비율 급증은 기업 연속성에 크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 투자자들의 당혹감은 컸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하나같이 "손실이 현실화되거나 현금 유출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회계 처리상 주가 오르면 파생상품 평가손실 발생해=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파생상품 중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대한 회계기준 때문이다.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CB, BW 발행 시 전환가액 조정약정이 포함돼 있다면 이를 부채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익을 파생상품 손익으로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



카페24의 경우 지난해 8월 285억원의 BW를 발행했는데, 당시 행사가격은 6만9264원이었다. 이후 올해 2월 코스닥시장 상장시 공모확정가인 5만7000원으로 행사가격이 조정됐다.

상장 당일 주가는 8만4700원으로 급등했고 6월에는 일평균 17만2850원을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부채로 분류된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치도 267억원에서 808억원으로 늘었다. 카페24에서 540억원대 파생상품 손실이 발생한 이유다.

이에 따라 카페24의 부채총계는 541억원에서 1087억원으로 2배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477%에서 올해 상반기 606%로 급증했다. 약정에 따라 신주를 배부하면 실질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장부상으로는 회사 재무구조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카페24를 포함해 올해 23개의 코스닥 업체가 같은 이유로 파생상품 손실을 공시했다. CB를 발행한 와이오엠의 경우 자기자본(93억원)의 277%에 해당하는 259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신고해야 했고, 에이아이비트는 자기자본(174억원)의 100%가 약간 넘는 175억원을 파생상품 손실로 인식했다.

경남제약, 세미콘라이트 등도 CB나 BW의 전환가액 차액으로 인한 장부상 손실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직전 결산시점 대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상승해 CB와 BW의 행사가격과 차액이 증가할 경우 회계상 부채 증가 계상된다"며 "결국 해당 기업의 부채비율이 이전에 비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부상 손익에 불과하지만 투자시 유의해야=당기순손실로 누적적자가 쌓여 자본총계를 넘어서게 되면 자본잠식 상태가 되는데, 코스닥 상장기업은 자본잠식률 50% 이상 혹은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기준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와이오엠은 실제로 파생상품 손실로 인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CB, BW 발행이 늘어나며 파생상품 손실 공시도 함께 증가했다"며 "이 같은 평가손실 발생은 실제 손실이 아니라서 회사의 본래 실적과는 무관하며 재무구조에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CB, BW 차액으로 인한 부채비율 변경이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장부상 착시가 발생해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반대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만큼 회계업계는 재무제표만 볼 것이 아니라 투자 대상 업체의 CB나 BW의 발행 여부와 조건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연구원은 "전환가액 조정약정 조항이 포함된 CB, BW의 경우 해당 기업의 부채항목에서 상당한 결정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분석과 투자시점에서 이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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