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예매 시대, 아직도 서울역 찾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18.08.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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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추석 기차표 예매…올해부터 스마트폰 예매 시작됐지만 고령층은 현장으로

호남·전라·장항·중앙선의 추석 연휴 열차표 예매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에 고향으로 가는 승차권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사진=뉴스1호남·전라·장항·중앙선의 추석 연휴 열차표 예매가 시작된 29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에 고향으로 가는 승차권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사진=뉴스1


"나는 인터넷을 잘 몰라. 아마 죽기 전까지는 명절 때마다 계속 서울역에 오게 될 것 같아."

2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추석 연휴를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새벽 일찍 서울 개포동에서 출발한 김양기씨(85)는 3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고향 나주로 가는 표를 샀다. 김씨는 "다리는 좀 아프지만 그래도 표를 살 수 있어서 좋다"며 "예전에는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50년째 서울살이를 하는 김씨에게 서울역은 명절의 시작을 알리는 공간이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코레일이 28일과 29일 이틀간 기차 승차권 예매 일정을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이들이 서울역을 찾았다.



호남·전라·강릉·장항·중앙·태백·영동·경춘선 예매가 진행된 29일 오전에도 대합실 한 편에 대기 줄이 마련됐다. '호남선 예매대기'라고 적힌 팻말 옆으로 표를 구하려는 하는 시민들이 긴 행렬을 만들었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은 대체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나 고령층이 많았다.

신탄진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사러 왔다는 황주희씨(51) 역시 직접 표를 사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 황씨는 "인터넷으로도 표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며 "역에서 표를 사는 게 편하고 직접 원하는 자리를 직원에게 말로 설명할 수도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최모씨(67)도 "나처럼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누가 대신해주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어떻게 표를 구매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오전 9시 현장 예매가 시작된 후 하나둘 원하는 표를 구하면서 40분 정도가 지나자 길었던 줄은 거의 사라졌다. 이후에도 간혹 표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이날 예매를 지켜보던 한 코레일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는 문화가 확산 되면서 예전처럼 역 바깥까지 줄을 서서 밤을 새우는 풍경은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스마트폰 예매를 시작하는 등 온라인 예매 비중이 늘고 있지만 코레일은 여전히 현장 예매 표를 남겨두고 있다.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중을 6:4에서 7:3으로 바꾼 이후로 아직 이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서울역 기준 909매를 판매했고 전날에는 1359매를 판매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하기는 하지만 노인이나 장애인 등 IT(정보기술)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현장 표를 배정하고 있다"며 "실제로도 역에 가보면 어르신 분들이 제일 많아 온라인 예매만 운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예매를 도입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율성과 신속성이 높아지는데 정보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보격차로 인해 오히려 그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지자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서 예매 방법을 교육하는 등 사회적 서비스망을 세밀하게 가동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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