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만경영' 건보공단…이틀만 일해도 한 달 월급지급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18.08.21 09:50
글자크기

[the300]국회 복지위 결산 검토보고서 "건보공단, 예·결산심사 '사각지대'…기금화·결산 승인제 검토해야"

[단독]'방만경영' 건보공단…이틀만 일해도 한 달 월급지급


건강보험공단이 퇴직자가 퇴직하는 달에 2일만 일하더라도 한달치 급여를 전액지급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보공단이 지난 4년동안 과다지급한 금액이 9억원에 육박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건강보험공단의 기금화와 결산 국회 승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의 '2017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퇴직자가 퇴직하는 달에 2일이상만 근무하더라도 그 달의 급여를 전액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5년 이상 근속자가 15일 이상 근무한 후 면직되는 경우에만 그 달 급여를 전액 지급토록한 '2017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에 위반되는 사안이다.



건보공단은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2억6300만원의 보수를 과다지급했다. 지난 4년간 누적액은 8억8700만원에 달한다.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보고서에서 "건보공단의 경상운영비 재원이 '국가지원금'과 준조세 성격을 갖는 '건강보험료'인 만큼 공단은 경상운영비를 편성·집행할 때 기금을 관리하는 공공기관 수준의 효율성·투명성이 요구된다"며 "그럼에도 국회와 재정당국으로부터 예결산 심사를 받지 않아 기관이 다소 방만하게 운영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건보공단 준비금 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38조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각 회계연도마다 건강보험 결산상 잉여금 가운데 당해 연도의 보험급여에 든 비용의 5%이상을 준비금으로 적립(최대 그 연도에 든 비용의 50%)하고 있다.


2010년 9500억원 규모였던 준비금 규모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20조7700억원까지 늘었다.

준비금규모가 이처럼 매년 큰 폭으로 확대돼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관리·운영할 필요성이 높아졌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준비금 관리와 운영방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법은 준비금 관리와 운영방법에 관한 사항을 복지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관련 하위 법령과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준비금 적립기준이 연간 보험급여 지출규모가 현재의 26% 수준에 불과했던 2002년에 규정된 기준"이라며 "확대된 건강보험재정 규모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기관의 보험급여비용 신청에서 지급까지 6개월이상 소요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보험급여비용 지급에 걸리는 기간이 크게 단축된 만큼 6개월분의 지출액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건강보험료율의 산정의 근거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과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 요율 및 부과점수당 금액의 산정방법·산정기준 등에 관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보험료율 결정 기준이 된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어떠한 기준이, 어떠한 판단 근거에서 보험료율 산정의 증가 또는 감소 요인이 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지적했다.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이같은 사항을 지적하며 건보공단을 기금화하고 결산에 대해서는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하는 내용의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놓은 데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실도 같은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기금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률안은 제17대 국회 이후로 매번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10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복지위 전문위원실은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하면 건강보험재정이 '국가재정법'의 적용을 받아 예·결산 과정에서 재정당국과 국회의 감시와 통제를 거침으로써 재정운용의 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건강보험의 수입과 지출이 정부의 통합재정수지에 포함됨으로써 보건의료정책과 관련된 정부재정의 정확한 흐름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실은 국회의원들이 법안심사를 할 때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입법활동을 지원한다. 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 등은 강제력은 없으나 의원들이 법안 심사할 때 주요한 판단근거로 삼는 자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