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중국 등 많은 국가에서 활발하게 서비스들을 우리는 왜 활용할 수 없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러한 규제를 옹호하는 의견에는 항상 공통된 단어가 존재한다. 바로 ‘대면’ 이란 단어다. 사이버-물리시스템, 디지털 트윈이 논의되는 디지털 시대에 소비자는 의사, 약사, 안경사와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서비스를 받거나 거래했을 때만 대면으로 인정한다. 스마트폰이나 영상통화 장치, 동영상 등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대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세계 어느 국가 국민보다 디지털 세계에 익숙하지만, 관련 단체들은 아날로그 시대에 갇혀 디지털 세계의 진입을 거부하고 있는 듯 하다.
미국 사회학자 윌리엄 필딩 오그번은 1922년 발간한 저서 사회변동론에서 문화지체 현상을 정의했다. 법, 제도, 정치 등 비물질적문화가 기술발전 속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뒤쳐져 발생하는 사회부조화를 의미한다. 아쉽게도 위의 분야들이 우리나라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을 가로막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대표적 분야들이다. 시장과 소비자는 기술과 서비스 수용성을 판단하고 선택할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보다도 문화지체 현상이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렇듯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을 따르지 못하는 대면의 정의는 소비자의 불편함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와 기득권의 반대에 막혀있는 신산업들은 시장잠재력과 고용, 4차 산업혁명 기술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실현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경제적 논의를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대면의 의미, 그리고 보다 구체적인 국민 편익 관점에서 이해당사자들이 구체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