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철강 세이프가드'…수출길 점점 막힌다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8.08.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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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터키·캐나다·러시아 세이프가드 조사 착수…철강 수출량 14% 수준

심상찮은 '철강 세이프가드'…수출길 점점 막힌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검토하는 철강 수출국이 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인도는 한국·일본산 철강에 세이프가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증가해 동종 품목을 생산하는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수입 당국이 해당 품목의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인도는 최근 한국·일본산 철강 제품 수입이 급증하자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세이프가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우리나라의 대(對)인도 철강제품 수출액은 13억5800만달러로 지난해 보다 31% 증가했다.



인도 외에도 캐나다, 러시아, 터키 등 한국산 철강 수출국들이 세이프가드 조사에 착수했다.

캐나다는 열간 압연 강판 등 7개 철강 제품에 대해 임시 세이프가드 조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나라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나라의 철강 제품이 대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의결기관인 유라시아경제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했다. 한국은 냉연과 도금제가 조사 대상이다.

터키도 지난 4월부터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실시 중이다. 조사 대상은 평판, 봉, 선, 형강, 관, 스테인리스 철강 등이다.

이처럼 세이프가드 조사가 급증한 이유는 미국 철강 수입할당제(쿼터제) 및 고관세 부과, 유럽연합(EU) 철강 세이프가드 실시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저가 철강 제품들이 자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철강 업계는 이같은 수입 규제 움직임 강화에 따른 피해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이프가드 조사를 시작한 인도는 지난해 철강 수출 물량 기준으로 4위 철강 수출국이다. 인도(4위), 터키(9위), 캐나다(16위), 러시아(24위)의 지난해 수출 물량을 모두 합하면 약 430만톤으로 전체 철강 수출량(약 3167만톤)의 13.5% 수준이다.

철강 업계는 국가별 세이프가드 조사 대응시 정부와 연계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내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 수입 규제 조치로 수출길이 막힌 제품들을 판매할 대체 수출국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입 규제 강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 걱정이 많다"며 "단기적으로 피해가 크진 않겠지만, 이를 대체할 수출시장 진출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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