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법원 '주휴수당' 엇갈린 판단…'을의 전쟁' 심화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2018.08.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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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月최저임금 고시, 주휴수당 별도 지급 의미" VS 소상공인 "대법 판단 존중해야"

정부와 대법원이 최저임금 산정기준 근로시간에 유급휴일 포함 여부를 두고 상반된 판단을 내리면서 소상공인과 아르바이트 근로자 간, 을과 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근로자는 사실상 사문화된 주휴수당이 제대로 지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법 개정과 함께 관리·감독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상공인업계는 최저임금과 별개로 주휴수당까지 부담할 경우 생존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대다수 소상공인들이 범법자가 몰리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단체는 정부 판단을 근거로 주휴수당은 최저임금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월 최저임금을 병기하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노동부는 월 소정근로시간 174시간(주 40시간×4.35주)에 유급휴일(주 8시간)을 더한 209시간으로 계산해 내년도 월 최저임금을 174만원으로 고시했다. 유급휴일을 제외하고 근로시간만 계산했을 경우 월 최저임금은 145만2900원으로 감소한다.



또 근로시간에 유급휴일이 포함됐다는 주장은 사실상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하는 것으로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기준법 55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주당 평균 한 차례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또 같은법 시행령에는 한 주간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이날 소상공인연합회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최저임금고시 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9월 노동부가 월 최저임금 산정기준 근로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시켜 혼란이 우려된다며 이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구교현 전 알바노조 위원장은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근거하는 것으로 최소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법상 명시된 최저임금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휴수당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사용자가 여전히 많고 지급을 피하기 위해 14.5시간 단위로 계약하는 등 편법도 성행한다"며 "이번 논의를 계기로 정당하게 주휴수당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소상공인단체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주·월 임금에 주휴수당이 포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2007년 1월 정모씨 등이 제기한 임금 등 청구소송에서 "주휴수당은 최저임금법과 같은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비교대상 임금'(근로자 임금)에 산입되지 않는 임금이나 수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주급제나 월급제에서 지급되는 주휴수당은 소정 근로에 대해 매달 한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비교대상 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저임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매달 1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 외 임금 △소정의 근로시간이나 소정 근로일에 대해 지급하는 임금 외 임금 △이 외에 산입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임금 등은 비교대상 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유급휴일은 주·월급제 근로시간에 포함돼 있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라며 "최저임금과 별도로 주휴수당을 지급하라는 주장은 소상공인들을 불법자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관련해서는 “소송에서 진 게 아니라 소송이 이득이 없다고 해서 각하한 것”이라며 “일하지 않는 시간까지 일하는 시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일종의 영업권 침해로 헌법 소원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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