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간판' 삼청동 42년 맛집 "좋은 재료와 정성은 상식"

머니투데이 박상빈 기자 2018.08.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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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부자]<2>-② 삼청동 터줏대감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2014년 서울미래유산 선정

김은숙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대표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박상빈 기자김은숙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 대표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박상빈 기자


'겸손한 간판' 삼청동 42년 맛집 "좋은 재료와 정성은 상식"
고즈넉한 서울 삼청동 거리에는 독특한 이름을 건 가게가 하나 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이라는 겸손한 상호명을 쓰는 이 집은 문을 연지 42년이 된 삼청동 터줏대감이다.

이 집은 십전대보탕, 식혜, 수정과 등을 파는 평범한 찻집처럼 보이지만 대표 메뉴가 단팥죽인 맛집으로 유명하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기 전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이 집 단팥죽이다. 인근에 위치한 청와대 관계자뿐만 아니라 삼청동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까지도 단팥죽을 즐기러 찾는다.



김은숙 대표(79)가 가게를 연 건 1976년 4월.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힘든 살림에 돈을 벌려고 장사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당시 남편이 박봉이어서 힘들다는 고충을 한의사인 지인에게 털어놓자 지인이 쌍화탕을 달여서 팔면 수입이 좋을 것이라고 권유해줬다”고 말했다. 김 대표 가족은 1976년 2월 현재 가게가 위치한 곳으로 이사했고 두달 뒤 가게를 열었다. 상호명은 남편과 고민해 유쾌하고 주목받을 만한 이름으로 정했다.

초기 대표 메뉴였던 쌍화탕(지금의 십전대보탕)은 인기가 있었지만 가게를 연 지 3~4년이 지났을 무렵 김 대표는 신메뉴 개발을 고민했다. 당시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코스로 삼청공원을 찾는 등 삼청동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장사가 만족스럽진 않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당시 데이트를 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자판기 커피를 즐기는 것을 보고 달콤한 음식인 단팥죽을 생각해냈다. 가게가 찻집이 아닌 단팥죽 맛집으로 유명해진 계기다. 단팥죽은 김 대표에게 각별한 음식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열두살 때 전쟁이 나 부산으로 피난갔을 때 먹었던 단팥죽을 잊을 수 없다”며 “단팥죽을 먹으면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손님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상의 단팥죽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경동시장 등을 두루 찾아 팥, 계피가루 등 최상의 재료를 골라 단팥죽을 만들었다. 또 미리 끓여놓고 덜어 팔지 않고 한 그릇 한 그릇 주문 후 끓여내는 방식으로 음식에 정성을 담았다. 김 대표는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담는 것은 상식”이라며 “정성을 다해 만들면 많이 팔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돈도 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2014년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당시 “오랜 세월 동안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찻집으로 고유한 맛의 단팥죽 메뉴와 전통 건강차를 대중화해 식문화사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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