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성 비망록' 진위공방…MB "몰아쓴듯" vs 檢 "필압 달라"

뉴스1 제공 2018.08.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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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MB측 신청 받아들여 국과수 감정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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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News1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News1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핵심 증거로 떠오른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75) 비망록 신빙성을 두고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의 공방이 거세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비망록의 증거 가치에 의문을 거듭 제기하면서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14일 진행된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 전 회장의 비망록 원본에 대한 검증 작업이 실시됐다. 증인석 쪽 테이블에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이 각각 2명씩 앉아서 일기 형식의 글이 적힌 스프링 노트를 육안으로 살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증거로 제출된 비망록과 (이를 바탕으로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지의 작성 시기와 동기에 의문이 든다"며 일기 형식·사용된 필기구·내용 등에 모두 문제점을 제기했다.

변호인은 "(통상 일기를 쓰면) 같은 필기도구로 같은 페이지에 이렇게 다닥다닥 일기를 붙여선 쓰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3월 1일을 2월 30일로 잘못 썼다가 수정한 부분에 대해 "한 번에 몰아쓰다가 (날짜를) 착각하는 전형적 경우"라며 "한달치를 쓰다가 실수한 흔적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래 일기란 것은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이나 느낌을 적는데 이팔성이 작성한 비망록은 대부분 누구와 만났고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것을 전제로 작성된 것이라면 그 내용이 진실한지 여부는 다른 증거에 의해 입증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자신이 작성한 특정 메모지를 급히 씹어 삼키려고 한 이 전 회장의 행동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변호인은 "이 메모가 매우 중요한 증거이고 진실한 증거라고 비춰지기 위한 고의적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비망록은 날짜별로 각각 기재된 일기 형식이 맞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꺼번에 쓴 것이면 필압이 앞은 강하고 뒤가 약할텐데 날짜별로 모두 다르다"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또 "필기구가 동일한 것은 만년필을 이용할 때 같은 잉크색을 매일 쓰다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국과수 감정 신청에 대해 "국과수 쪽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필적이 맞는지는 감정할 수 있지만 언제 쓰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 신청을 받아들여 국과수 감정을 하기로 했다.

이날 법정에선 이 전 회장의 인사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다는 김명식 전 청와대 인사 비서관의 발언도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이팔성은 워낙 중요한 현안이라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도록 청와대가 나설지에 대해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해야 했다"며 "보고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면서 '응'이라고 말해 회장 선임을 추진하라는 취지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에는 이 전 대통령의 맏사위 등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22억원을 건넨 구체적 날짜와 경위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이 전 회장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전 회장은 서울시장이었던 이 전 대통령 밑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역임하고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후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건넨 22억원이 회장 취임과 연임을 위한 청탁 대가인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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