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이야기는 남녀 주인공 인우와 태희가 1983년 여름 처음 만나 사랑을 키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태희를 17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온 인우는 2001년 봄 자신이 국어교사로 있는 고등학교의 남학생 현빈에게서 태희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무대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시간과 장소의 전환이 어색할 법도 한데도 스토리와 함께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특히 현빈의 머릿속에 태희의 기억이 떠오르는 장면에서는 현빈과 태희가 나란히 달려가는 무대 연출과 극적인 음악,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이 더해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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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으로 환생한 태희를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인우와 태희의 기억을 뒤늦게 떠올린 현빈이 다시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눈물을 훔치게 만든다. 동성애 코드로 읽히기보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사랑을 멈추지 않는 두 '사람'의 순애보만 보일 뿐이다.
원작 영화의 여운을 기억하는 4050 세대는 물론 이제 막 뜨거운 사랑을 시작하는 2030 세대, 부모와 함께 온 학생들까지 관객층은 다양했지만 느끼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돈, 조건 등 언제부턴가 사랑도 계산의 대상이 된 이 시대에 놓치고 있던 사랑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는 인우의 대사가 단지 진부한 멜로 대사가 아닌 철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 장면./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