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점유율 ⅔토막'…삼디, 플렉서블 OLED 선제투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8.08.1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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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발표 180조 투자방안 후속 아산 신공장 증설 재개…"고부가·차별화 초격차 전략으로 中 추격 벗어날 것"

'4년 뒤 점유율 ⅔토막'…삼디, 플렉서블 OLED 선제투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수성을 위해 국내 공장을 증설하고 플렉서블 OLED 초격차 전략에 속도를 낸다.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OLED 시장에서도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을 따돌리기 위해 한단계 높은 기술인 플렉서블 OLED 양산 시점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9일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시황 악화로 미뤘던 충남 아산 플렉서블 OLED 신공장(A5) 투자를 조만간 재개할 계획이다.

A5 신설 계획은 전날 발표한 총 180조원 규모의 투자 방안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원을 들여 올 상반기 아산공장 부지 기반공사까지 마쳤다가 OLED 패널을 채택한 애플의 '아이폰X'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추가 투자를 잠정 보류했지만 더 이상 투자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전날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부 투자 대상과 분야별 투자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디스플레이 사업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OLED 패널 생산 라인 1개를 세우는 데 7조~8조원이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시 선제투자의 고삐를 당기기로 한 것은 최근까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중소형 OLED 시장에 LG디스플레이에 이어 중국의 BOE, 대만 샤프 등이 뛰어들면서 시장 재편 조짐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LCD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BOE를 비롯해 CSOT, 에버디스플레이, 티안마 등 중국 업체들이 OLED 굴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BOE가 아직 양산 수율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중국 청두에서 가동 중인 플렉서블 OLED 공장인 B7 외에도 추가 생산라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애플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쯤이면 수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4~5년 뒤면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중국 업체의 글로벌 중소형 OLED 생산량이 2022년 34%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8.1%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 하반기부터 LG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업계의 큰손 고객사인 애플에 OLED 패널 일부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OLED 독점 공급사라는 타이틀도 놓게 될 처지다.

애플의 단독 공급사 지위를 놓친다는 것은 단순하게 공급량 측면에서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보다 단가 등을 포함한 협상력에서 수세적인 입장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

시장 관계자는 "어느 시장에서든 경쟁 업체의 기술 추격과 물량 공세를 뿌리치기 위해선 고부가 차별화 제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중소형 폴더블 OLED 개발과 양산을 위한 공장 증설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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