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꼭대기 교회'...철거 vs 활용 분쟁 '오마이갓'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8.08.0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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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 '교회 철거' 요구하는 한광교회 행보에 서울시·조합 해결책 방안 모색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남3구역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남3구역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여기는 비눗방울의 나라야."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31일 한광교회(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높은 첨탑 아래 만들어진 그늘이 주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그늘에서 비눗방울을 불고 웃으며 뛰어 놀았다.

토지 소유자는 물론 가난한 임차인들의 신앙생활 터전이었던 해당 교회는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불리는 한남3구역 한복판에 위치한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꼭대기 교회'로도 불리지만 최근에는 '분쟁 지대'로 부상했다.



한광교회 교인들이 기존 교회 건축물의 완전한 철거를 요구하면서 도시계획뿐 아니라 종교적 갈등이 예고됐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강력한 재건축 규제로 강북 재개발 구역에 거액을 투척한 토지 소유자들은 '일확천금의 꿈'이 자칫 물거품이 될지 근심이 깊어지게 됐다.


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광교회는 서울시 개발 방향인 용도변경 리모델링 대신 전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예배를 목적으로 세워진 건물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한남3구역 조합 및 용산구도 해당 교회와 같은 시각이어서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가 한광교회 부지 활용 구상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도시공원위원회를 통해 공원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후속 절차인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불가능하다. 한남3구역 조합이 한광교회를 리모델링 대신 철거로 방침을 정하면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조합 내부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한남3구역 면적은 38만5687㎡이며 총 면적 111만205㎡에 이르는 한남뉴타운 중 면적이 가장 크다. 해당 구역 조합이 마련한 재정비 촉진계획안이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9월엔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건축 심의도 마무리돼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다.

조합의 구상은 한남동 686번지 일대의 기존 노후주택들을 철거하고 용적률 235.10%를 적용 받아 최고 높이 22층짜리 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이다. 2003년 정비구역에 지정된 후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한남3구역은 2016년 서울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수용하면서 사업을 진척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광교회는 구역 내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서울시는 당시 '한남지구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지침안'을 통해 유‧무형의 역사, 자산의 보존 구상을 선보였다. 해당 지침에 한광교회가 리모델링을 통해 청년창업지원센터, 지역 역사문화전시관 및 각종 문화행사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방안이 실렸다.

하지만 한광교회는 서울시 계획에 반대한다.

차은일 한광교회 담임목사는 "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도 예배를 드리던 건물을 서울시가 세속적인 문화공연장으로 바꾸는 것은 신앙적 치욕을 안긴다"며 "교회 건물은 거룩하게 구별돼 사용되는 곳이어서 부숴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광교회는 서울시가 2017년 10월 2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첨부된 조감도(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이 제출)에도 교회 건축물 식별 표시가 없어 철거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주장한다. 또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정'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타이밍을 놓쳤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심의에서 논의하는 것은 아파트 건축물에 대한 것이지, 한광교회 존치 여부는 아니다"며 "한광교회 자체는 심의 대상 건축물이 아니니 조감도엔 빠져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이슬람사원이 재개발사업과 상관없이 남을 가능성이 높아 개신교 신자들의 박탈감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한남 2구역 내 이슬람사원은 정비구역 모퉁이에 있어 '제척'(정비구역에서 제외됨)이 예정됐다.

용산구도 조합 및 한광교회 의견을 반영해 서울시에 철거 방안을 제출했지만, 서울시는 도시공원위원회 심의에 논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상정은 한 차례 불발됐고, 교회가 나서 서울시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현행법상 한광교회만 리모델링을 반대하고 조합이 사업을 강행하면 부지는 강제 수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남3구역 조합은 교회 의견을 배제한 사업 강행에 주저한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한광교회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며 "용산구, 한광교회와 조합은 같은 뜻을 지녔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특정 종교에 대해서 방침을 세우고 한남뉴타운 정비 계획을 결정한 게 아니다"며 "교회와는 대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 토지 소유자들의 개발 욕구는 거세다. 주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한남3구역 내 소형(60㎡ 미만) 대지지분은 이달 3.3㎡당 1억3000만원선에 거래됐다. 2016년 말 7000만~8000만원하던 시세가 재개발 기대감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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