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에서 만난 모 대기업 임원 김성한씨(55·가명)는 “조만간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국내 재취업은 어려울 것 같아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며 “취업비자 발급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지만 투자이민 비자는 투자금 출처만 확인되면 비교적 쉽게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에서만 20여개의 미국 투자이민 박람회 및 설명회가 열렸다. 국민이주의 ‘유명 프로젝트 분석 해부 세미나’와 모스컨설팅의 ‘포시즌스 호텔 특집 투자이민 세미나’ 등 미국 투자이민 전반은 물론 특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집중 소개하는 행사 등으로 다양하다. 다음달에도 제너럴에퀴티코리아와 클럽이민 등 10여개 업체가 이 같은 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1993년 처음 도입된 미국 투자이민은 고용촉진지구(TEA)에 50만달러, 그 외 지역에 100만달러를 투자하고 2년간 1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5년마다 미국 연방의회의 재승인을 거쳐 시행됐지만 투자금 현실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15년 9월부터는 의회 승인 없이 수차례 임시 연장조치로 연명하고 있다. 지난 3월 결정된 임시 연장조치는 오는 9월 말 만료되는데 이 시기 최소 투자금액 상향조정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국내 불안한 고용환경과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 시장도 투자이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자리가 여의치 않은 국내를 떠나 하루빨리 미국에 정착하겠다는 것. 이에 미국 투자이민을 준비하는 연령대도 낮아지는 추세다. 미국 이민 컨설팅기업 국민이주에 따르면 올해 미국 투자이민을 위해 회사를 찾은 40대는 전체 216명 중 48%로 전년 대비 9%p 증가했다. 50대 이상의 고령 인원은 10%로 전년보다 6%p 감소했다. 20대 투자이민 수요도 높다. 미국 취업비자 문턱이 높아지면서 영주권 취득 후 취직하려는 유학생들이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국민이주 관계자는 "지난 25년간 이민투자금은 동결된 반면 국내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면서 초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국 투자이민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증여세까지 내면서 자녀에게 투자이민 기회를 제공하는 이들도 있다"며 "국내 취업 및 창업 시장 등을 고려했을 때 아파트 한 채를 물려주는 것보다 미국 영주권을 선물하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